◎비행 소년가장에 따스한 「새집」 선물/성금·목재 순식간 모아져/움막 앞터에 공사한창/이웃도 노동봉사 “한몫”/「보호관찰」 위원들비행소년 선도를 맡은 보호관찰소 보호위원들이 보호관찰대상인 소년가장에게 집을 지어주고 있다. 행여라도 범죄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의식주부터 해결해주려는 사랑의 성탄선물이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 원지리 79 야산밑의 다 쓰러져가는 움막에 살고있는 소년가장 고노석군(15)은 점차 모습을 갖춰가는 방두칸 부엌의 새 집을 바라보며 『올 겨울엔 추위에 떨지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기뻐하고 있다.
움막바로앞 공터에서는 22일에도 마을주민 20여명이 추위를 잊은채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광주보호관찰소(소장 김용 광주지검 검사) 보호위원들의 성금과 주민들의 울력(여럿이 힘을 합해 하는 일)으로 지어지는 집은 고군과 여동생(11),부모 등 네 식구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고군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은 거의 완파된 벽돌담에 천막을 둘러쳐 겨우 비바람만 가릴정도의 폐가. 6년전 수해로 집이 무너졌지만 붕괴시점이 비갠 다음이었다는 이유로 한푼도 보조를 받지 못한데다 부모마저 신체적 정신적 결함으로 복구는 엄두도 못낸채 지금까지 살아왔다.
고군은 9세때 등교길의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어 정상상태는 아니면서도 2년전부터 친척이 경영하는 양돈장 청소일을 하면서 가계일을 꾸려왔다.
고군이 광주보호관찰소의 보호대상자가 된것은 지난 2월 광주지법 소년부 지원에서 장기보호관찰처분(2년)을 받게 되면서부터. 이웃동네 친구와 함께 광주 등지의 상점에서 11차례 물건을 훔친 혐의가 사유였지만 주민들은 『친구가 공범으로 고군을 지목하는 바람에 비행소년으로 몰리게된 것일뿐 고군은 그지 없이 착한 아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도를 맡은 광주보호관찰소 직원 김두환씨(35)와 화순 보호위원 연합회장 정진욱씨(62·화순 구세약국 주인) 등 보호위원들은 고군을 면담하기 위해 원지리에 들를때마다 눈뜨고 볼수없을만큼 누추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고군이 안타깝기만 했다.
김씨 등이 가정환경조사 결과를 광주보호관찰소 보호위원 연합회(회장 김계윤 광주 동광병원장·59)에 보고하자 연합회는 지난달 28일 고군 가족돕기를 논의한끝에 의식주 해결이 급선무라는데 뜻을 모으고 집부터 지어주기로 했다. 보호위원 연합회장 김씨가 선뜻 1백만원을 내놓았고 목재소를 경영하는 보호위원 자문위원 회장 김택수씨(58)가 50만원 상당의 목재·합판을 희사하는 등 순식간에 7백만원 상당의 성금이 모아졌다.
보호위원들은 새 집에 전기시설·우물을 갖춰주고 각자 분담해 이불·취사도구도 마련해주기로 했다.
화순 보호위원 연합회 회원들도 민화식 화순군수를 만나 고군 가족을 1종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쌀·연탄 등 생활필수품을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보호위원들의 온정을 알게된 원지리 주민들은 『우리동네 일을 남들에게 맡길 수 없다』며 집짓는 일을 맡아 하겠다고 자청했다.
이장 고재충씨(37)는 『주민들이 고군 가족에 무심했던 것은 아니지만 늘 보는 일이라서 이웃의 정이 약해졌었다』며 『보호위원들이 이웃돕기정신을 되살려주었다』고 고마워했다.
사랑의 힘으로 지어지는 새 집은 27일께면 완성된다.<화순=김승일기자>화순=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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