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학생 타이르며 열람실엔 꽃장식서울시립 개포도서관장 최재하씨(55)는 매일 줄잡아 서른번은 화장실에 간다. 지난 3월 이곳에 부임한 이래 시도때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관장을 보고 직원들은 이상하다고 수군댔다. 그러나 이제는 관장의 잦은 화장실출입이 무슨 병때문이 아님을 모두들 알고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관장뒤에는 어김없이 고개숙인 학생이 딸려 나와 관장실에서 따뜻한 우유한잔과 함께 『담배나 피우면서 귀한 삶을 낭비하지 말라』는 타이름을 받는다.
『환경이 좋아야 기분이 좋고 그래야 책이 읽힌다』는 최씨가 부임한 날 이 도서관에서 받은 인상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화장실·복도마다 담배연기가 가득하고 잡담하는 학생들로 마치 역대합실이나 휴게실 같은 분위기였다. 최씨는 주머니를 털어 인근시장에서 꽃을 사다 열람실은 물론 화장실까지 장식하고 냄새로 찌든 열람실마다 환풍기를 8대씩이나 달아 실내공기를 바꾸고 어항도 들여놓았다.
고질적인 책상낙서를 막기위해 대형 낙서판을 만들었으며 입시공부외에 교양서적을 많이 읽으라는 뜻에서 도서대출할때 도장과 신분증 제시 절차를 없앴다.
이같은 극성때문에 최씨는 역대관장중 가장 많은 학생을 알고 인사를 제일 많이 받는 관장이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씨는 학생과 친한만큼 개포동 주민 누구에게나 좋은 이웃이다.
학생들이 어른들과 함께 있으면 분위기가 바뀌는데 착안,「책읽는 자원봉사자」 제도를 만들어 어머니회원 70여명을 모집해 열람실에서 학생들 사이에 앉아 틈틈이 책을 읽도록 했다.
또 「1만권 읽기 부부독서모임」을 구성,2백30여쌍 회원을 확보하는 등 계속 주민독서 인구를 늘려가고 있으며 「잠자는 책 기증운동」도 벌여 매달 5백권씩을 주민들로부터 받아 도서·벽지에 보내고 있다.
최씨는 서울시교위 교지조성계장 시절인 지난 82년 4백43개 학교 신설부지 확보를 위해 지독한 끈기로 지주들을 설득,23만평을 확보함으로써 「찰거머리」란 별명을 얻었던 사람이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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