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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초에 「달러」 걸렸다/무역업체 직원(새벽이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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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초에 「달러」 걸렸다/무역업체 직원(새벽이 붐빈다)

입력
1991.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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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정보 위해 텔렉스와 첫 인사/해외법인·은행 전화 숨쉴틈없어/관공서 여는 9시까지 속도전쟁무역업체의 사활이 걸린 숨가쁜 정보전은 새벽부터 불을 뿜는다.

24시간 깨어있는 지구촌의 시장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무역업체 직원들은 새벽부터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시간대가 다른 외국과의 거래에서 아침시간을 놓쳐 하루가 어긋나면 이틀을 버리게 된다.

새벽6시께 집을 떠난 S물산 국제금융팀 W부장(43)은 7시를 전후해 서울도심의 사무실에 도착한다. 다른 부서의 출근보다 1시간 이상의 빠른시간. 그와 함께 16명의 부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서 면서 사무실은 온통 금속성소음에 휩싸인다.

컴퓨터 터미널을 통해 로이터·AP 등 해외통신이 쉴새없이 경제뉴스를 토해내고 18개 해외법인이 DI(Daily Informat­ion)를 통해 보내온 각종 정보가 모니터를 가득 메운다. 동경·홍콩·뉴욕·런던과의 전용회선을 비롯,책상마다 설치된 국제전화들이 쉴새없이 울려댄다.

일본 동경은행·미국 시티은행·영국 냇웨스트은행 등 1백여개 외국은행과의 금융거래 교신이 텔렉스와 팩시밀리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것도 이 무렵.

통화금리와 환율의 변동이 기업간 국제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물건이 오가는 직접교역에 못지 않다. 경제변동상황이 중·장기적으로 국제교역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일은 특히 중요하다. 기업 전체가 입을지 모르는 금리차손과 환차손을 미리 막아야 하기 때문.

그런만큼 국제금융팀은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쏟아지는 정보더미 속에서 뽑아야 한다. 물가·통화정책·실업률 등 각국의 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이것이 금리와 환율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한다. 경영층과 영업부서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제출할 금융시장 동태에 대한 속보작성작업도 부산한 아침시간의 빼놓을 수 없는 일. 1분1초를 다투던 상황은 상오10시를 넘기고서야 숨돌릴 여유를 허용한다.

H종합상사 자동차부의 K부장(43) 역시 출근시간은 7시.

사무실에는 24시간 움직이는 텔렉스와 팩시밀리에는 밤사이 쌓인 전문이 수북하다. 빠르게 전문을 훑어내리는 K부장의 눈에 시리아대리점에서 보내온 입찰참가 보고내용이 잡혔다.

「시리아 조달청 우리 승용차 1만2천대 입찰 평가중. 전망 밝은 편. 최종 결과 3∼4일후 나올 듯」 총금액 7천만달러가 걸린 놓칠 수 없는 거래다. 전문 머리말에 붉은 펜으로 여러겹 밑줄을 그은 K부장은 다시 전문을 훑기 시작했다. 「폴란드 정부 내년 1월부터 관세인상 예정. 이미 주문받은 물량 최대한 신속히 선적요망」 동구국가중 가장 큰 거래선인 폴란드의 중요 경제정책 변화를 알려온 텔렉스 내용이다.

K부장에 이어 부원들이 1∼2분 간격으로 속속 출근하면서 사무실은 금세 활기로 넘쳐난다. 은행과 관공서가 문을 여는 9시이전에 하룻동안 해야할 모든 일을 준비하자면 이른 아침부터 서두를 수 밖에 없다. 한 직원은 『현대전은 속도전이자 정보전이므로 빨리 시작하면 그 만큼 앞서 갈수 있다』고 말했다.

D그룹 투자관리부의 중요업무도 대부부 이른 아침에 이루어진다. 직원들은 밤새 컴퓨터에 입력된 정보를 스크린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전날 퇴근하기전 각자 다음날 해야할 일을 기록하므로 귀중한 아침시간에 머뭇거리거나 손을 놓고 있는 직원이 있을 수 없다. 국내외 투자사업에 대한 분석·심사를 하는 투자관리부는 최근 직접투자한 해외법인과 자회사가 늘어나면서 더욱 바빠졌다.

상오8시 정보의 분류·정리작업이 끝나면 부장과 4명의 과장은 아침회의를 갖는다. 아무리 좋은 사업구상이라도 시간을 놓치면 쓸모가 없으므로 이들은 매일 시간과 싸움을 한다. 모든 결정이 상오9시 이전의 이른 시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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