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회사 살리기 6개월」 좌절 “재기불능”/공매처분도 안돼 생계 걱정 우울한 세밑경영난으로 도산한 시내버스 회사를 노조원들이 6개월째 힘겹게 지탱해 가고 있다.
한때 서울시내 굴지의 운수업체였던 남산운수가 지난 6월 부도와 함께 사장마저 종적을 감춘뒤 거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회사를 운영해온 노조원들도 이제는 힘에 겨워 좌절감에 빠져있다.
22일 낮 서울 강남구 세곡동 408의 좁은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노조위원장 김헌영씨(47)는 『재기는 더이상 불가능 하다』며 『하루빨리 직원들의 밀린 월급과 퇴직금 등 6억5천만원을 마련해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고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3단지 아파트에 있는 이 회사 노선버스 종점에는 20분 간격으로 드문드문 버스가 출발할뿐 운행을 중단하는 20여대가 도로변에 먼지를 뒤집어 쓴채 서 있다.
남산운수는 63년 용산구 보광동에서 마이크로 버스 17대로 출발한 28년 역사의 버스회사. 강남지역 개발과 함께 가장 먼저 이 지역에 노선을 개설,도심까지의 황금노선을 확보함으로써 한때는 최고수익을 올리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버스업체가 그랬듯 80년대 중반이후 지하철 노선이 늘어나고 도심교통난이 악화되면서 급속하게 쇠락의 길을 걸었다.
버스요금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인건비 등은 크게 올라 채산성이 떨어지자 무모하게 사채시장 등에서 거액의 운영자금을 끌어댔으며 특히 지난해 대주주였던 박모씨가 『더이상 시내버스 운수업은 전망이 없다』고 판단,자기지분을 회수함으로써 결정적 타격을 받았다.
남산운수는 강남구 대치동의 노른자위 땅을 처분하고 831번 노선버스 36대를 다른 회사에 팔아넘기는 등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했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채이자와 세금을 견디지 못하고 피산했다.
수익금 관리 등 운영전반을 떠안은 노조측은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자』고 결의하고 서울시 등 관계당국에 도움을 청했다.
이미 2∼3개월치 월급을 못받은 상태였으나 우선 매일 요금수입으로 일당 분배하며 버텨나갔다.
그러나 시내버스 운수업계 전반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판에 외부여건의 대폭 개선없이 회사운영 상태가 나아질리가 없었다.
1백명이 넘었던 직원들은 하나,둘씩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이제 50여명만 남아 버스 41대중 17대만으로 임시운행을 하는 지경이 됐다.
노조는 결국 회사를 공매처분,체불임금과 퇴직금만이라도 건지기로 결정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30억원이 남는 체납세액과 운수업 전체의 불황으로 아무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내년초에 2차 경매를 할 예정이지만 상황이 아무것도 바뀐것이 없어 또 다시 유찰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제 이들이 바랄 수 있는 것은 남산운수 노선을 이용해온 주민들이 나서 서울시 등에 구제를 탄원하는 것이라지만 자신들 표현대로 『실현가능성이 없는 상황』에 불과하다.
생계마저 막연해진 노조원들의 세밑은 우울하기만 하다.
노조위원장 김씨는 『정부가 운영하는 지하철 요금은 계속 올리면서 버스회사들은 목을 죄는 이유가 뭐냐』며 『파산은 현재 우리만의 일이지만 멀지않아 서울의 90여개 회사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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