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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위한 위법/김승일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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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위한 위법/김승일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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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때 성폭행한 남자를 21년만에 살해한 김부남씨 사건은 지난 20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항소 기각판결이 내려지고 김씨가 이에 승복,싱고를 포기함으로써 사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피고인의 정상은 충분히 참작되나 어떠한 경우에도 범죄피해자 스스로의 보복범죄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두고 고민해온 사법부의 최종 결론이다.

이같은 결론에 따라 김씨의 보복범죄행위(살인)는 유죄로 인정(징역 2년6월)하되 관용(집행유예 3년)을 베풀고 치료감호 처분한,살인사건에서는 보기드문 절충형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여성계의 무죄선고와 치료감호처분 취소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사실 김씨 사건은 사법적 판단을 떠나 여성 성폭력 피해의 상징적 사건이었던 만큼 여성계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었다.

9살 소녀로서 감당할 수 없었던 성폭행피해,이로인해 21년 동안 갈기갈기 찢겨져 버린 한 여성의 처절한 삶. 그리고 21년만에 단행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직접복수….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가 안고있는 남성중심의 성문화가 가장 극적인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는 여성단체의 지적대로 타락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성문화에 경종을 울려주었다.

특히 1심 구형 공판정에서의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다』는 김씨의 절규는 성폭행 범죄를 당했던,그리고 그 위험에 노출돼있는 모든 여성들의 성폭력추방 애원을 함축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여성의 인권보호와 성도덕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여성계의 목소리는 많은 공감을 얻어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2심 판결후 있었던 여성단체의 재판부에 대한 거친 항의는 여성계의 입장을 십분이해한다해도 이 사건의 의미를 희석하는 것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사법부의 격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재판정 밖에서 판결이유 설명 등을 요구하며 판사실을 점거하고 농성하다 강제연행된 불상사가 빚어진 것은 판결불복 의사전달 방법치곤 도가 지나쳤다는 느낌이다.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법을 넘어선 극단적인 행위」는 김씨 한 사람만으로 충분했다. 김씨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추방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여성계는 그 방법을 오히려 더욱 준법적으로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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