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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감정결과 증거로 인정/강기훈피고인 유죄선고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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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감정결과 증거로 인정/강기훈피고인 유죄선고 의미

입력
199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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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쪽도 결정적증거 없어 고심/“수첩조작”등 채택·자살방조도 광의해석/변호인단 “의심되면 무죄” 법언들어 반발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피고인(27)에게 징역 3년,자격정지 1년6월의 유죄가 선고됨으로써 「유서대필」의 법정공방은 일단 검찰측 승리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항소심과 상고심이 남아있고 검찰과 변호인측 모두 유·무죄를 확실하게 입증할만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검찰의 완전한 승리라고는 할수 없다.

재판부인 서울형사지법 합의25부(재판장 노원욱 부장판사)는 심각한 고민끝에 검찰측 증거를 더 믿었을뿐 강 피고인이 김씨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거나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확신한 것은 아니다.

재판의 쟁점은 크게 ▲숨진 김씨의 유서가 대필된 것이냐,아니냐 ▲강 피고인이 유서를 대필했다면 그것만으로 자살방조죄가 성립할 것인가 ▲그럴 경우 대필당시의 정황에 따른 강 피고인의 책임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과 변호인측 모두 지금까지 줄곧 유서대필사실 자체를 부인해왔고 검찰측 역시 유죄의 직접증거로 제시한 것이라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결과밖에 없어 법정공방은 자살방조죄의 성립여부나 강 피고인의 정상관계보다는 유서대필 자체에만 거의 초점이 모아졌었다.

검찰측은 12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결과 외에 숨진 김씨의 여자친구인 홍성은양(26)의 법정진술,수첩의 조작가능성 등을 증거로 제시했으나 모두 정황증거에 불과했다.

변호인측의 무조미 입증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씨의 필적,강씨의 필적이라며 수많은 문건을 증거로 제시했고 수십명의 증인을 내세웠지만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만한 증인이나 증거는 없었다.

변호인단은 당초 일본인 필적감정가 오시니 요시오씨(73)를 법정증인으로 세우면서 『국과수의 필적감정 결과를 뒤집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오히려 증언내용은 다소 황당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유죄판결에 앞서 사법사상 초유의 심야 마라톤재판까지 진행하면서 충분한 심리를 위해 노락하면서도 선고직전까지도 심증을 굳히지 못한채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홍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일부 회피했으나 강 피고인이나 그의 애인,가족 등 앞에서 의리상 거짓 진술한듯한 의심이 들고 ▲수첩역시 홍씨 증언이나 국과수 감정결과 조작된 것으로 인정되며 ▲변호인이 숨진 김씨 것이라고 제출한 13건의 문건은 객관적 자료가 없어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자살방조죄의 범위를 넓게 해석,『강 피고인이 대필한 유서를 이미 자살을 결심한 김씨에게 주었다면 정신적·무형적 방법에 의해 자살하려는 자의 자살수행을 용이하게 한것으로 자살방조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진정한 진실은 알수없으나 검찰측 증거들을 뒤엎을만한 증거가 없었다』 『강 피고인이 유서를 대필한 것은 인정되지만 구체적 경위는 알수 없다』 『변호인단이 추가로 제출한 문건들에 대해 국과수에 감정의뢰할 것을 반대해 진위를 가리지못해 유감이었다』는 등 비교적 솔직하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한편 변호인단은 유죄선고후 즉각 『「의심스러울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법언에 비추어서도 이 사건은 무죄』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또 강 피고인 역시 지금까지 무표정으로 일관해온 것과 달리 퇴정하는 재판부를 향해 욕설을 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1심 재판부도 『확신할 수 없다』고 고백한 「진실」을 가리기위한 공방은 상급심에 가서도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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