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도 언제나 웃음보이는 억척들/출근분장기사숙지 꽉 짜여져/3시30분 일어나도 시간태부족낭랑한 목소리,해맑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하루를 열어주는 여성 아나운서들의 새벽은 팽팽한 긴장에 쌓여있다. 막 잠에서 깨어난 수 많은 시청자들을 싱싱한 새벽으로 이끌어야 할 이들에겐 한순간의 흐트러짐도 용납되지 않는다.
표정과 목소리,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밤새 수북이 쌓인 나라 안팎의 뉴스들을 정리하는 새벽의 2∼3시간은 마치 전투를 하듯 숨가쁘게 돌아간다.
KBS 1TV의 「뉴스광장」(상오6시50분∼8시)을 진행하는 윤영미아나운서(32)가 일어나는 시간은 새벽3시30분. 윤 아나는 4시40분께 출근한 뒤 방송시작전까지의 2시간여를 『너무 바빠 인사나 농담 한마디 할 여유도 없다』고 표현했다.
시청자들에게 산뜻한 분위기를 주기위해 분장을 하고 매무새를 가다듬는데 40여분을 소비한다. 5시께부터 주요기사를 정리하며 회의중인 뉴스팀에 합류하는 시간은 5시30분. 쏟아지는 국내외 기사를 빠짐없이 읽어보고 머릿속에 정리를 해야한다. 새벽기사는 대부분 날려쓴 글씨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하며 기사마다 쉽고 간결한 머리말을 뽑아내야 한다.
5년동안 심야뉴스를 진행해온 윤아나는 지난 7월 이 프로를 맡으면서 생활리듬을 1백80도 바꾸느라 애를 먹었으나 『생동감과 변화가 넘치는 새벽방송의 매력탓에 지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새벽6시에 시작하는 MBCTV 「뉴스와이드」의 진행자 정혜정아나(25)의 하루는 새벽4시부터 시작된다. 뉴스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날 밤 심야뉴스를 본뒤 잠자리에 든다.
정씨는 『새벽뉴스의 시청자는 대부분 중·장년층의 직장인들이라 시사적인 뉴스전달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하루일과 시작에 앞서 새로운 정보를 전달한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SBS TV 「출발,서울의 아침」(상오6시30분∼8시35분)의 여성진행자 김운희아나(26)는 방송초년생인 만큼 2시간동안 카메라 앞에서 꼼짝않고 긴장해야 하는 새벽 생방송이 낯설고 힘들기만 하다. 그러나 김씨의 의욕은 대단하다.
마감뉴스까지 모니터하고도 새벽3시면 일어나 4시30분께 방송국에 도착한다. 잠에서 금방 깬 사람처럼 시청자들에게 비쳐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일찍일어나 움직인다.
김씨는 『새벽방송은 시끌벅적할 정도로 활기가 넘쳐야 한다』며 『항상 환히 웃는 얼굴로 싱싱한 이야기를 제공하려 애쓴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KBS의 박경희아나(37)는 지난 79년 제1라디오의 아침7시 뉴스를 맡은 뒤 13년간 계속해온 새벽방송의 고참이다.
박 아나는 늘 「늦잠을 자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한 겨울 큰 눈이라도 내리면 얼어붙은 길바닥에서 발을 동동굴러야 하지만 새벽방송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없다. 13년동안 새벽방송을 펑크낸 것은 늦잠을 잤을 때의 단 한번. 『새벽뉴스 진행덕에 하루의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어 음악 등 다른 프로그램 진행에도 무척 도움이 된다』며 새벽일을 즐거워 했다.
가혹하리 만큼 엄격한 생활의 규율,철저한 준비성과 순발력,강한 체력과 극도의 긴장을 견뎌내는 정신력 등이 갖추어져야 하는 새벽뉴스 진행 아나운서들에게는 새벽이 따로없다.<이희정기자>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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