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중 정상외교를 가장 많이 펼친 대통령으로 기록될것 같다.내치면에서는 이런 저런 소리가 많은게 사실이지만 외교에서는 화려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해빙의 물결을 타고 그야말로 전방위 외교시대가 요구하는 주역으로서 눈부실 활약을 아낌없이 한 셈이다.
노 대통령이 지금까지 벌인 정상외교의 무대를 보면 한국외교의 주요 거점은 빠짐없이 섭렵했음을 알수 있다.
한국에는 안보상 가장 중요한 맹방인 미국을 여러번 방문하여 레이건,부시 전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을 오가는길에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다녀왔었다.
역사적으로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일본을 방문해서는 그곳의 지도자들로부터 과거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사과까지 받아냈다. 영국 프랑스 등 새로운 세계질서구축에 매진하고 있는 유럽에도 일찍이 다녀왔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까지 가서 아웅산 사건으로 침체했던 남방외교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눈부신 무대는 북방외교의 현장이었다. 샌프란시스코,모스크바,제주도에 이르기 까지 고르바초프와 공연한 정상외교의 무대는 정말 극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북방외교의 극적 진전은 우리외교의 오랜 숙원인 유엔가입을 성공시키기에 이르렀다. 냉전체제가 와해되는 세계적 흐름은 북한의 경직된 자세를 완화시켜 결국 남북한 동시가입을 가져왔던 것이다. 이러한 유엔가입의 역사적 현장에서도 노 대통령은 정상외교의 솜씨를 보였다. 유엔총회에서 두번이나 연설을 하는 행운을 얻었던 것이다.
이쯤되고 보면 우리외교에서 중요시하는 곳은 안간 데가 없다. 남은 데가 있다면 북경과 평양뿐이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대외적인 주요 과제가 바로 중국과의 수교이며 남북관계의 개선이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남은 1년2개월의 재임기간중 북경과 평양을 방문하여 정상외교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것이다. 국가는 물론 개인적으로 더할나위없는 영광이 될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등소평과 만나는 일이나 북한의 김일성주석을 만나는 남북 정상회담이 그렇게 아득하게 멀지는 않다는 느낌이 갈수록 더해 간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동북아와 주변 정세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느날 아침 갑자기 한중 국교수립이나 남북 정상회담의 뉴스를 접하게 되리라는 예감마저 든다.
이러한 예감을 더욱 강하게 촉진시키는 요인은 한반도의 핵문제이다. 이 문제만 해결되고 나면 다른 문제는 빠르고 쉽게 풀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한폭탄의 초침을 읽듯,시시각각으로 긴박감을 더해 가는 북한의 핵사찰문제는 이제 남북관계에서 결정적인 요인으로 등장했다. 노 대통령도 18일 저녁 남한의 핵부재선언을 한뒤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낙관했지만 핵문제만 해결되면 분위기는 극적으로 전환될 것이다.
북한이 관계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미국·일본은 물론 전유엔회원국,심지어는 중국까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핵문제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방식을 통해 결단을 내릴지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어쩌면 이 문제가 노 대통령에게 정상외교의 마지막 꽃을 피우게 할수 있는 극적무대를 마련해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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