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문제 처리 무난”/옐친 수습능력에 기대【워싱턴=정일화특파원】 17일 하오 늦게(미국동부시간) USSR에 대한 공식 장례식을 올해 마지막날을 기해 치르기도 했다는 뉴스가 미 전국에 전해졌으나 미국여론은 이날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TV방송들은 정규뉴스시간을 통해 이를 보도했을뿐 긴급뉴스같은 형식은 취하지 않았으며 『그저 그렇게 됐다』는 반응이었다.
CNN방송은 소련전문가 드미트리 사임스씨를 불러내 논평을 받았는데 『사람은 잘 선택됐으나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문제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옐친고르바초프의 공동발표가 나올때쯤 소련을 방문중인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모스크바를 훨씬 벗어나 카자흐공 수도 알마아타에 가 있었다. 마치 옐친이 러시아공화국,우크라이나공화국,벨로루시공화국을 모아 독립국가공동체를 형성하기 훨씬전 베이커는 그의 방소목적지에 이들 3개국 수도와 이 공동체에 가입할것이 확실시되던 카자흐공화국 수도를 택해 두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방소가 독립국 공동체결성 자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입장인양 했다.
베이커는 16일 옐친,고르바초프를 각각 따로 만날때 이미 고르바초프의 정치생명에 마침표를 찍은 상태였다. 상오에 4시간이나 옐친을 만났다. 옐친은 소련 국방장관 샤포슈니코프와 내무장관 브라니코프를 대동하고 과거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외국귀빈을 영접하던 크렘린의 캐더린홀에 나와 베이커를 만났었다. 4시간이나 걸린 긴 회담을 가진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이에 비해 베이커 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를 이날 하오에 1시간이 채못되게 만났을뿐이며 대화내용도 주로 고르바초프의 「과거업적」에 관한것이었다. 물론 공동기자회견은 없었다.
베이커 국무의 방소의전 순서에서 이미 고르바초프는 옐친에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옐친고르바초프의 공동성명은 베이커가 모스크바를 멀리 떠나있는 17일 하오에야 나왔다.
미국은 지난 9월4일 소련 국내문제는 오직 소련인 스스로 해결해야하며 미국은 어떤 개입도 하지않을것이라고 밝힌바대로 직접적인 개입은 해오지않고 있다. 그러나 돌아가는 내용는 정확히 미국이 바라고 있는 대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 70년 공산주의 역사상 끝없이 미국체제의 위협이됐던 소련은 일단 독립국으로 쪼개져 응집력을 읽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분열과정이 국제평화를 위협할 만큼의 혼란은 초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혼란을 막을 새 세력이 옐친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소련의 핵무기 관리문제 역시 옐친의 주도아래 확실하게 처리되고 있다. 각 공화국에 흩어져 있던 단거리 미사일은 폐기될 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져 있으며 장거리 미사일은 러시아공화국을 제외한 우크라이나 벨로루시의 경우는 모두 파괴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카자흐에 있는 핵무기는 「당분간」 그대로 현지에 두기로 했으나 이것 역시 카자흐의 독립국공동체 참여에 따라 적절히 제거될 전망이다.
이달 말로 소련 역사는 과거에 묻혀져 버린다.
옐친이 이끌 러시아공화국 중심의 새 독립국공동체는 『민주체제와 시장경제』라는 과거 소련사와는 전혀 새로운 궤도를 달리게 된다.
옐친이 주도하는 개혁주의자들은 일단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개념을 훨씬 앞장서 과감한 민주제도와 시장경제 방향으로 나갈 것은 확실하다.
베이커는 1월중 워싱턴에서 독립국공동체의 생존을 도울 국제조정회의 개최를 제의해 놓고 있다. 유럽선진국,일본,한국 등이 주요참여국으로 지목돼 있다.
이 국제조정회의를 통해 옐친의 독립국 공동체는 좀더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게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조정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미국은 옐친에게 두가지 정치적 지원을 먼저 베풀 예정이다.
하나는 러시아공화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공화국에 지금 USSR가 차지하고 있는 UR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떠맡기는 일이다.
옐친은 그의 개혁정치를 위해 우선 이 두가지 인정이 화급하다고 베이커 국무장관에게 호소한바 있다.
미국은 소련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명분을 지키면서도 옐친의 독립국공동체의 방향에 영향을 끼칠 중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것이다. 미국의 신중하고도 진실된 지원이 있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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