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주차난 피해 업무준비·친목 도모/2시간 이용료 1인 1만원… 식사까지/“잠재고객” 유치전 치열호텔의 새벽은 각종 조찬모임으로 붐빈다. 호텔 조찬모임은 최근들어 교통난과 주차난을 피해 맑은 정신으로 업무와 친목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이점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있다.
술판이 벌어지는 밤 모임에 비해 비용도 크게 절약돼 「호텔모임=과소비」란 이미지를 바꿀 정도다. 1인당 1만원 안팎의 비교적 싼 비용으로 2시간 이상 넉넉하게 편한 장소를 이용하는 호텔 조찬모임은 각종 학회와 경제·사회단체,정치인 등이 주 고객층이다.
특히 전에는 식사의 질과 장소의 분위기를 택한 다분히 과시적인 모임이 많았으나 요즘엔 「일」이나 「대화」를 위한 실속있는 모임이 대부분이다.
18일 상오6시30분,서울 강남구 역삼동 R호텔 현관에는 어둠을 가르며 승용차들이 속속 도착했다. 상오7시에 4층 연회장에서 각각 열리기로 예정된 모지구 라이온스클럽 간담회와 기독실업인회 참석자들이 타고온 차들이었다. 호텔 로비는 이들의 발걸음으로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내년 1월의 합동혼례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라이온스클럽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주요 토의안건인 맹인 봉사활동 계획과 합동혼례 참석범위,회비 등을 결정한 뒤 아침을 먹으며 전날있었던 대학입시 등으로 화제의 꽃을 피웠다. 한 회원은 『술을 먹지 않는 조찬모임은 약속이 정확하고 정신이 집중되어 좋다』며 『짜임새 있는 계획을 세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개의 조찬모임을 위해 호텔 주방의 요리사들도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80여명분의 아침식사를 위해 새벽5시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손님들이 막 잠에서 깨어난 상태라 입맛이 없을 것 같아 간을 맞추느라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이인성 조리계장은 『아침의 기분이 좋아야 하루가 잘 풀리기 때문에 아침음식에는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의 I호텔은 무역센터를 옆에 끼고 있는 덕분에 경제단체들이 즐겨 이용하는 조찬모임 장소다. 전경련·상공회의소·무역협회 등 경제6단체와 L경제연구소 등 기업부설 경제연구소들이 각종 경제관련세미나와 회의를 갖고 있으며 전문강사를 초빙해 식사와 공부를 병행하기도 한다.
L·H·P호텔은 시내에 사무실이 있는 업체나 단체가 자주 조찬모임을 갖는 호텔이다. 아침7시께부터 2시간가량 조찬모임을 가진뒤 곧바로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기 때문. 이들 호텔은 수익이 별로 많지않다는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던 조찬모임이 최근 크게 늘어나자 잠재적 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조찬모임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P호텔은 정기적으로 조찬모임을 갖는 각 단체이외에 12월들면서 동창회 등 친목단체의 조찬모임이 늘어나 3∼4건의 조찬모임이 아침마다 소연회장에서 열린다. 규모는 10∼20명 수준으로 1인당 1만원정도의 아침메뉴를 이용하고 있다.
각 업체의 간부급회의와 학술단체의 세미나가 주로 열리는 H호텔은 소규모 연회장이 많지 않아 조찬모임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다 대연회장에 칸막이를 해 조찬 손님을 받고 있다.
L호텔 역시 실업인 모임을 중심으로 하루 4∼5건의 조찬모임이 열리고 있으며 부도심권의 G호텔은 정치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조찬모임 장소로 개각이나 공천 등 주요 이슈가 있을때면 조찬모임이 한꺼번에 몰려 미니국회를 방불케 한다.
I호텔 연회예약과 박모 과장은 『연말로 접어 들면서 조찬모임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며 『잠으로 버리는 시간을 활용하고 일의 능률도 올린다는 이점 등으로 조찬모임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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