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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상회담을?(정경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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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상회담을?(정경희칼럼)

입력
1991.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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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민이 사상적으로 위대한 수령님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단합돼 있으니』 북한에서는 논쟁할 것도 없고,복잡할 것도 없다고 했다. 지난 13일 청와대를 방문했던 북한의 연형묵총리가 노태우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그는 또 말했다. 『하신 말씀을 위대하신 수령님께 그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말하자면 남의 집 어른앞에서 자기집 어른을 「위대하신 수령님」이라고 서슴없이 말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북경에서 폐막된 북한과 일본의 5차 국교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외교부 부부장인 전인철이 말했다고 한다. 12월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이 잘 되면 『남북 수뇌회담이 잘 되면 『남북 수뇌회담도 일정이 잡힐 것』이라는 내용이다.

지난 5일 통일교의 문선명교주와 북한의 「해외동포 원호위원회」 윤기복위원장은 모두 10개항으로 된 공동성명을 냈었다. 이 공동성명은 6항에서 이렇게 말했다. 『쌍방은 북남 고위급회담이 온 겨레의 기대에 맞게 진전되어 하루 빨리 북남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원하였다』

노태우대통령도 지난 9일 북한이 『언젠가 남북 정상회담에 응해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재임기간중 중국을 방문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언젠가 『재임중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적도 있었다.

세상에서는 노 대통령이 「재임중 최대의 공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말이 그럴싸하게 오가고 있다. 그러니까 12월의 남북 고위급회담에 앞서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내비치는 것은 그럴싸한 「미끼」가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쨌든 남북 정상회담은 지금까지 남에서 북으로 먼저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형태로 거론돼 왔다. 북측은 「위대하신 수령님」의 뜻에 따라 할 수도,안할수도 있다는 꼴이 돼왔다. 민족통일의 큰 일 앞에서 그게 무슨 대수냐는 생각도 있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기야 동·서독의 화해도 70년 3월19일 서독의 브란트수상과 동독수상 슈토프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정상회담이란 이처럼 역사적인 돌파구 구실을 한다.

그러나 남북한의 만남은 이미 이런 돌파구를 지나쳤다. 돌파구로서의 의미는 없다는 뜻이다.

뿐만아니라 동·서독은 1백만명의 무고한 피를 흘린 전쟁을 치르지 않은 동족이었다. 그것도 동독 수도 베를린이 아닌 동·서독접경 70킬로지점 에르푸르트라는 데서 만났다.

행여 「위대하신 수령님」과의 만남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하지않기를 기대한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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