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고 앞세워 냉전종식 견인차/보수·개혁틈새서 정치생명 종말수많은 찬사와 유려한 수식구를 한몸에 받으며 20세기 종반 냉전청산이라는 세계사적 조류를 주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연방 대통령이 내년 1월1일부터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페레스트로이카」(개혁)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마르크스·레닌사상을 현실에 부합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로 이행시켜 「현대 사회주의의 재생」을 꾀하고자 했다.
또한 그는 글라스노스트(개방)를 바탕으로 동구에 「개혁도미노」를 유발시켰고 신사고를 앞세워 첨예한 냉전적 군사대립에 종언을 고하는 「동서데탕트시대」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소련사회변혁의 두축으로 내세운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는 『빵을 달라』고 외치는 소련국민에게 실질적인 경제의 과실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아울러 연방을 구성하는 각 공화국의 다민족적인 특성과 그로인해 파생된 반크렘린적인 감정을 무마하지 못했다.
스탈린이후 일당독재체제에 억눌려왔던 다양한 욕구의 분출과 파탄직전의 경제현실은 급속한 정치개혁과 경제적 기대감의 부추김과 맞물려 결국 공산주의의 붕괴와 연방의 와해를 불러왔다. 이로인해 고르바초프 자신의 정치생명도 종말을 보게된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1931년 소련 북카프카즈지방 스타브로폴에서 농부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신발이 없어 학교에 다니기 어려웠던 유년시절을 보냈다. 52년 공산당에 입당,55년 명문 모스크바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70년 고르바초프는 스타브로폴 지방의 당제1서기가 됐으며,71년엔 당중앙위원,78년 같은 고향출신의 크자코프 뒤를 이어 농업담당서기로서 중앙당 지도부의 반열에 들었다.
중앙당 정치국원으로 재임하던 고르바초프는 85년 3월11일 콘스탄틴 체르넨코 서기장의 사망으로 일약 권력의 핵으로 등장하게 되고 서기장 취임직후 정치국내 구브레즈네프 세력을 과감히 물갈이했다.
그로부터 6년반동안 고르바초프는 서방각국 지도자들과 화려한 정상외교를 펼쳤고 동서데탕트의 틀을 잡아갔다. 대내적으로는 권력핵심부 재편을 통해 보수파를 점진적으로 제거했으며 대통령제를 도입,권위의 기반을 당에서 국민과 의회로 옮기는 등 개혁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의 개혁정책은 관료주의 한계를 극복치 못했다. 그 결과 보수파와 개혁파 모두로부터의 비난을 거세게 받았다.
특히 90년말 발트3국에 대한 무력처방은 셰바르드나제 등 온건개혁파도 등을 돌리게 만드는 자충수였다.
그이후 고르바초프의 지지기반은 급격히 약해졌다. 결국 보수파에 의한 「8·19 궁정쿠데타」에 빌미를 주었고,이 희대의 사건은 곧바로 소연방해체로 이어졌다.
고르바초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후세 사가들의 몫이다. 그가 「아무런 현실적 개혁도 이룩하지 못한 떠버리꾼」으로 격하될지 아니면 「냉전의 고리를 차단하고 소련사회를 비억압적 체제로 이행시킨 전무후무한 풍운아」로 추앙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고르바초프는 최근 서방언론과의 회견에서 『더이상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이 『공이 이루어지면 몸은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리』라는 선현의 말처럼 완전퇴진을 뜻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김영걸기자>
□소련약사
▲1917·2·2월혁명 및 제정러시아붕괴
10·10월혁명
11·소비예트공화국 건국
12·우크라이나 소비예트공화국 건국
▲1919·1·백러시아(벨로루시) 소비예트공화국 건국
▲1922·12·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 연방수립선언
▲1924·1·레닌사망
▲1936·12·스탈린헌법 채택
▲1940·7·발트3국,소연방에 흡수됨
▲1944·1·우크라이나,백러시아 유엔가입
▲1977·10·브레즈네프헌법 채택
▲1985·3·고르바초프 정권 출범
▲1989·5·고르바초프 대통령 취임
▲1990·3·리투아니아,독립선언
12·고르바초프,신연방조약초안 제의
▲1991·3·국민투표,연방유지 압도적 지지
6·옐친,러시아대통령에 피선
8·보수파 쿠데타실패
9·인민대표대회,발트3국독립 승인
10·러시아 등 8개공화국 경제협정 체결
11·러시아 등 8개공화국 경제협정 체결
12·우크라이나 국민투표,독립압도적 지지
러시아 우크라이나 및 벨로루시 등 슬라브 3공화 국 독립국가 공동체 결성선언
고르바초프,옐친간 소연방 해체 및 공동체결성 전 격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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