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일을 밀고 당기던 올해의 정기국회는 그 마지막 모양새를 결정지을 초읽기에 몰려있다. 18일은 이번 정기국회 폐회일이고 이날의 본회의는 13대 국회의 사실상 폐막으로 상징될 것이지만 이 폐회일마저 또 한차례의 강행과 저지의 파란으로 장식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지지획득 방식을 달리하고,이에따라 정치형태가 상충되게 마련인 여와 야이긴 하다. 그러나 이같은 「이해」를 받지 못하고 도매금으로 같은 처지에 몰린 연유를 구태여 따지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파행을 따지는 동어 반복도 13대 국회에선 지쳐버릴 지경이다. 막판까지 「파행의 초읽기」를 재연해야 하는 18일의 국회는 그래서 더더욱 애처로운 몰골이다.
되돌아보면 13대 국회는 「황금분할」이라는 화려한 조어와 함께 출발했다. 우리에겐 낯설었던 「협상정치」의 실험이 만개할 것으로 기대됐고 여소야대의 의정구조는 사상유례없는 「의회권력」의 전성기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국정감사가 부활됐고 전비청산의 국민적 열망 역시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렇지만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는 경험칙이 13대의 「의정권력」에 예외를 허용치 않았던 것도 기억에 새롭다. 많은 「의정사고」가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이 금전 스캔들의 독직사건이 주종이었다. 폭발적 통일논의 또한 작금의 「남북합의서」가 가능했던 인과관계를 만들기도 했겠지만 이 와중의 잇단 방북사건은 또다른 단면이었다.
그리고 13대 국회의 본질을 뒤흔들어 버린 3당 합당의 정계개편이 따랐다. 어느덧 끝나가는 13대 국회에서 「구국적」 3당 합당은 거여의 괴력만을 유감없이 발휘한 기록을 남겨갈 뿐이다. 이에맞서 몸부림치던 야권이 겨우 겨우 통합 민주당을 꾸려냈지만 13대 초기의 야당에 비해 초라하다고 할수밖에 없다. 그래서 13대 국회의 이런 이력은 단적으로 미증유의 정치불신을 누적시켰다는 아픈 지적에 놓여있다.
이제 18일의 국회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대목대목 「신기록」을 남겼던 13대 국회의 마지막 평가는 14대를 「여소야소」의 새로운 기록으로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지금으로서는 13대의 대차대조표에 한치의 주저도 없이 「파산선고」를 내리지 않게 해주기나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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