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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언론/이문희(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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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언론/이문희(조망)

입력
199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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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 몸담고 있는덕에 이런저린 자리에서 신문에 대한 강평을 많이 듣게된다. 한참 신문이 눌려 있을때는 신문이 좀더 용기를 가지고 쓰라는 격려조의 것이 대종을 이뤘는데 언론환경이 자유스럽다는 정작 요즈음은 부쩍 「횡포」 소리를 많이 듣게된다. 확인도 안하고 기사를 마구 써대고,정정도 잘안해주고,해주더라도 아주 인색하고,그나마 정정이 됐을때는 이미 피해자는 사실상의 피해를 입을대로 입은 상태인데 그 피해는 어느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느냐고 「횡포언론」에 대한 원망이 이만저만이 아닌것 같다.이런 불만은 「사실」에 관한것만이 아니다. 범인도 아니고 딱히 공적 인물이란것도 없는데 사진을 마구 찍어대고 현장확인을 한다고 남의집 담을 멋대로 뛰어넘고 싫다는 코멘트를 강요하다시피하는 「과정」에 관한것도 만만치않게 많다.

이런 분위기를 1백%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난 6월 한국언론연구원이 서울 등 5대도시 특수전문인 집단 6백명에 대한 조사는 매우 흥미롭다. 그 특수집단이란것이 정치인(국회의원),공무원,경제인,교수,의사 등 어쩌면 거의가 미디어의 취재대상이 돼봤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언론관은 유감스럽게도 매우 부정적이다. 여러 항목이 있긴하지만 특히 이들은 요즈음의 「기자」에 대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68.8%) 윤리의식이 미흡하며(52.6%) 사실확인보도에 충실하지않다(62.4%)」고 답했다. 긍정적인 것이라고는 「능력과 자질에서 타업종 종사자보다 우수하다(48.3%)」는 것 뿐이었다.

○정정인색 큰불만

기자에 대한 평가는 그렇다손치더라도 보도내용에 대한 평가에선 유효응답자의 무려 92%가 언론에 의한 인권 침해사례가 있었다고 응답한 것은 정말 놀랍다. 인권침해가 없다고한 것은 불과 1.4%뿐. 더구나 인권침해요인으로는 34.4%가 언론인의 윤리성 결여,31.8%가 지나친 경쟁,17.4%가 전문적 자질 결여를 지적하는 등 95.4%가 언론사 내적요인에 있다고 이 조사는 결론짓고 있다.

AIDS 보복극이란 완전한 조작을 단한번의 확인도 없이 버젓이 「기사」라고 실었던 한 여성지의 경우는 한낱 폭로성잡지군의 경우였다고 하자. 하지만 우리가 모처럼 누리게된 「자유언론」이 지금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곡해되고 악용되고 있는가하는 실태의 투영을 보는것같아 매우 씁쓸한 뒷맛을 남긴 사건이었다.

지금 우리언론은 전에없는 양적인 풍요의 시대를 맞고 있다. 불과 수년전에 비해 몇배로 늘어난 신문·잡지에 새로운 민방,얼마 안있으면 나타날 유선방송까지 합치면 가히 절정을 맞게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풍성함이 질적수준을 동반하지 못했다는 비난,오히려 퇴행시켰다는 불만들은 언론 스스로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횡포」요소,「사이비」 요소 제거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가다듬어야할때임을 제기해준다.

지난해 10월 내한했던 언론인 데이비드 핼버슨씨(59·전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편집국장)는 「미국언론의 자유와 책임」이란 연설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2백년의 자유언론 전통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신문은 절대로 초법적인 기관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된다. 신문은 정확하고 공정해야지 그렇지않으면 소송을 당한다. 나도 편집국장으로서 4억5천만달러의 명예훼손소송을 당한적이 있다. 다행히 승소했으나 끝내 한번은 3백만달러의 소송비용을 물어야했다』

우리는 언론피해 구제에 익숙지않은 편이다. 『감히 언론에게』하는 「존경」의 표시인지,『해봐야 실효도 없는것을』하는 자포자기의 측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언론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갖던 시기가 이미 아니다. 자유언론이란것이 의사발표의 자유의 폭만큼이나 각양의 신문·잡지들이 「언론」이란 이름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능케하는 제도라면 독자·시청자의 냉철한 선별작업이 더욱 엄격히 요청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독자들 비판 필요

우리의 언론피해 구제제도로는 피해자제소나 자체심의를 통한 신문윤리위원회의 자율규제방안,피해자의 정정보고청구를 중재하는 언론중재위원회,그리고 소송의 경우를 들수있다. 중재위의 중재는 그것이 민사소송의 전치요건이란 점에서 소송에 의한 강제구제의 전단계이기도 하다(언론중재위의 경우 88년 불과 55건 신청이 89년 1백21건,90년 1백59건,금년 11월까지 이미 1백99건이며 그중 1백66건이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였다).

어제 한국일보는 30년만에 석간발행을 복원시키면서 「빠른 뉴스의 전달」·「양질의 정보」를 강조했다. 두말할것없이 양질의 언론을 지킬 책임은 먼저 언론 스스로에게 있다. 그러나 언론이 독자·시청자와 늘함께 호흡하고 교감하는 것이라면 이제 그 질의 보전을 위해 그들도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출 때가 됐다. 좀더 날카로운 선택과 선별의 시선을 쏟아야겠고 더많은 반론,정정의 요구 등 각양의 어필(Appeal)에 주저해선 안되겠다. 그것이 적법절차에 의한것인 한 언론은 지난날의 고답적인 자세를 버리고 이것을 겸허히 받아들일 태세를 갖춰야 한다. 횡포와 사이비로부터 「언론의 질」을 지키는 것은 이렇게 모두의 합작품인 것이다.<편집담당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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