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거부한 도전… “또 하나의 신문혁명”/사회의 다핵화·전문화 추세 부응/다양한 계층에 새 감각의 정보제공… 차별화 선도한국일보가 16일부터 조석간을 발행함에 따라 우리나라 신문계는 이제 「24시간 뉴스속보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한국일보의 조석간발행은 한국신문사의 혁명적 사태로 일컬어지는 「전국동시인쇄체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신문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에 한국일보는 역사적인 조석간발행을 맞아 저명한 언론학자들을 초청,조석간부활이 갖는 언론사적 의미와 효과,향후 신문의 진로 등에 관해 좌담회를 가졌다.<편집자주>편집자주>
□참석자
김영석교수(연세대·신문방송학)
강명구교수(서울대·신문학)
김학수교수(서강대·신문방송학·사회)
최선렬교수(이화여대·신문방송학)
▲김학수=한국일보가 16일부터 석간신문을 발행하는 양간체제에 돌입함으로써 우리나라 신문계는 또하나의 획기적인 변혁을 맞게 됐습니다.
먼저 한국일보가 기존언론의 틀을 탈피하고 계속 새로운 변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월요일자 신문발행과 매일 24면 발행,그리고 지난 8월21일부터 남부본부 창원공장 가동으로 「전국동시인쇄시대」를 개막,그간 정체돼온 신문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온 한국일보가 이번에 또다시 조석간 체제를 실시해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선 조석간체제가 갖는 의미부터 알아보도록 하죠.
▲김영석=조석간제 단행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않습니다. 우리언론이 그동안 사회의 다핵화·전문화 추세에 발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런면에서 조석간 발행은 새로운 사회환경 변화에 적응코자하는 신문업계의 적극적인 몸부림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 신문들은 발행면수·편집체제·내용에 이르기까지 대동소이해 담합구조가 형성된 느낌을 독자들에게 줘왔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일보가 석간신문을 복간함으로써 다른 신문과는 달리 다양한 계층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는 차별화 계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김학=동감입니다. 조석간체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같은 의미는 더욱 분명히 드러납니다.
조석간체제가 무너진 것은 5·16 군사정부에 의해서 였습니다. 당시 박정희장군은 언론통제 목적으로 「신문·통신사시설 기준령」을 의결·공포하고 62년 6월28일 이에따른 세부언론 정책을 내각에 시달했습니다.
그후 공보처가 모든 신문의 단간제와 주1일 휴간제 실시를 강제화하는 언론정책을 각 언론사에 하달했죠. 이는 신문용지의 소비와 언론기관 난립을 방지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언론에 대해 족쇄를 채우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그 결과 국내 신문들은 29년동안 단간제를 시행해왔는데,한국일보의 석간복간으로 정치적 통제의 마지막 벽이 허물어진 셈입니다. 한국일보의 석간발행 부활은 서울지역에 한한것이며,지방의 경우는 우리나라 최초의 조석간 발행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발송수단의 불편으로 부산·대구·광주 등 대전 이남지역에는 석간을 배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김영=기술혁명이라는 차원에서도 조석간체제의 의의를 찾을수 있습니다. 우리신문업계는 방송과 달리 기술적인 측면에서 낙후돼왔던게 사실입니다. 방송의 경우 새로운 민방출현,케이블 TV시대 개막,위성방송시대 돌입 등 첨단정보산업의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국동시인쇄시설 가동에 이은 조석간체제 돌입은 속보경쟁에서 방송에 뒤지고 있는 신문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순수경쟁시대 예고
▲강명구=우리나라 언론계는 그동안 정권의 보호와 견제속에서 안온하게 성장해왔던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국일보의 조석간제 실시는 신문산업에도 본격적인 시장메커니즘이 도입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봐야 할것 같습니다.
다시말해 기술혁신과 자기개혁에 뒤떨어진 신문은 생존할 수 없다는 치열한 생존 경쟁시대를 예고하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언론 「선진국」인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최근의 조사결과 인구 1천명당 일간지 발행수는 6백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에대한 공식통계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지만 학계에선 1천명당 2백50부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통계에 따르면 우리의 신문시장은 아직도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최선열=역사적 맥락을 더듬어볼때 한국일보의 조석간 발행은 신문이 이제는 신문외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체경쟁력만으로 시장쟁탈전을 벌이는 순수경쟁시대에 돌입했다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가열되고 있는 신문경쟁을 감안해 볼때 다른 중앙 일간지도 멀지 않은 시기에 조석간제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김학=조석간 발행 시대를 맞아 우려되는 것은 우선 지면의 질적향상이 양적팽창을 따라가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어떤 종류의 정보로 늘어난 지면을 채울 수 있느냐가 조석간 발행의 「성패의 관건」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한국일보가 선도한 조석간 발행을 계기로 우리 신문들이 신문의 체제 및 내용면에서 차별화와 개성화를 이룩하기 위해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영=우리 신문들은 현재 제호만 다를뿐 내용상 차이점도,신문별 특성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게 일반 독자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문제의 근원은 왜곡된 우리의 언론풍토,즉 출입처별 기자단체라는 배타적인 취재관행에 따른 구조적인 측면이 강합니다만 조석간 발행이 이같은 구조를 과감히 깨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최=신문의 차별화·개성화는 실제로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문들이 젊은 세대를 겨냥한 독특한 기획,기존 독자층의 라이프사이클 변화에 부응해주는 과감한 지면혁신을 통한 차별화 전략은 의외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한국일보가 또다른 신문인 석간에서 이같은 측면의 개성과 특색을 추구함으로써 우리신문의 차별화를 선도해주기 바랍니다.
▲김학=한국일보가 경쟁지에 한발 앞서 조석간 체제로 되돌아감으로써 일단 속보면에서도 방송매체와 경쟁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이는 정보의 정확도 문제라는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정보의 정확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능력있는 언론인의 확보가 시급하지요.
▲강=인력 충원문제는 신문사의 경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신문사는 언론기관이라는 공동기관인 동시에 수익을 무시할 수 없는 사업체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신문사의 경영악화를 초래하는 무작정 인력충원보다는 서구식 선진경영기법을 동원해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피처 신디케이트제도와 프리랜서제도의 적극 도입과 활용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조석간 발행에 따른 노동강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조석간 발행과 관련,빠뜨릴 수 없는 문제는 배달체계를 들수 있습니다. 제가 구독하는 모 석간신문의 경우 저녁7시께 배달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석간신문이라고 말할 수 없죠. 조석간 발행체제의 정착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석간신문이 어떻게 독자들에게 적절한 시간대에 전달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분석 비판기능 강화
▲김영=우리사회는 이제 다매체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쇄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속보경쟁보다는 인쇄매체의 고유영역이랄 수 있는 주요사안에 대한 심층분석과 해설 등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문은 단순한 정보전달 기능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사태를 분석·비판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죠.
▲최=신문고유의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언론인의 전문화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소위 「대기자제도」가 하루속히 도입돼야만 방송매체는 물론 경쟁지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강=언론인의 자질향상 못지않게 언론본연의 사회비판기능을 부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문의 역할은 크게 현실반영과 방향제시로 나눌수 있는데 지면이 넓어진 만큼 사회비판 및 방향제시에 많이 할애돼야 합니다. 덧붙이자면 각 신문들은 독자적인 편집방침을 확정,독자들의 현실판단에 도움을 줄수 있는 독자서비스체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김학=결론적으로 한국일보의 조석간 발행은 다양한 정보를 24시간 끊임없이 제공해주는 틀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인쇄매체에 대한 기존인식을 바꿀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신문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조석간체제로 옮아갈 것이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통한 「권위지출현」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면의 질을 높이고 개성화를 시도하고 신문내부의 조직력과 윤리를 강화함으로써 성취될 수 있는 성질의 것입니다. 조석간체제를 통해 일단 발판을 마련한 만큼 조속한 결실을 기대해 봅니다.<정리=이진희·이상원기자>정리=이진희·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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