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생명 좌우” 시장등 샅샅이 누벼/YS,20년 등산·DJ는 꽃시장 찾아새벽이 붐빈다. 유난히 부지런한 사람이나 건강을 다지는 이들만이 즐기던 조용한 새벽은 언제부턴가 하루를 길게 쓰려는 사람들로 활기차고 바쁜 시간으로 변했다. 정치인 기업인 상인 샐러리맨 등 새벽에 뛰는 이들을 통해 생활의 시간과 밀도를 극대화하는 모습을 조명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정치인의 새벽은 숨차다.
정치인들은 어둠이 짙은 첫 새벽부터 유권자 당원 정치지망생 취재기자들과 만나고 각종 조찬모임에 참석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시장·공원·대중목욕탕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몸의 정치를 편다.
김영삼 민자당대표 최고위원(63)과 김대중 민주당 공동대표(65)는 정치적 비중에 걸맞게 가장 바쁘게 새벽을 보낸다.
김 대표는 5시2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집근처 산을 주민들과 함께 오른다. 걸러지지 않은 여론을 직접 접하는 새벽등산은 김 대표가 20년 넘게 해온 첫번째 일과. 등산을 끝내고 상오 6시30분께 집으로 돌아오면 취직 부탁을 하러온 민원인에서 야당시절의 지기 등 20∼30명의 내방객이 기다리고 있다. 낯시간에 만나기 어려운 김 대표를 이 시간에만큼은 꼭 만날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공동대표의 하루도 새벽 6시에 시작된다. 꽃가꾸기·명상·맨손체조로 하루르 여는 김 대표는 7시30분이면 접견실로 나와 손님을 맞는다.
평소에는 20명 안팎이 찾아오지만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집단 상경할 경우에는 수백명의 방문객이 그의 새벽을 차지한다. 여름철에는 부인과 함께 서초동이나 구파발의 새벽 꽃시장을 즐겨 찾는다.
김종필 최고위원(62)과 박태준 최고위원(63) 역시 새벽시간의 대부분을 손님맞이로 보낸다. 김 최고위원은 집에서,박 최고위원은 주로 외부에서 조찬모임을 갖는데 김 최고위원이 대접하는 옥수수죽은 별미로 소문나 있다.
이종찬의원(55)은 새벽 4시면 일어나 비서진이 제출한 각종 보고서를 훑어 세미나와 강연회에서 발표할 원고를 직접 정리하며 신문스크랩도 손수한다. 최근엔 잇단 조찬모임으로 새벽이 더 바빠졌다.
김윤환의원(58)은 이른 아침시간을 주로 기자들과 보낸다. 기자들을 위한 주간 아침식단표를 마련할 정도다. 그러나 기자회동은 「상황」이 발생하면 한동안 중지된다.
정종택의원(56)은 새벽에 청주시내를 자전거를 타고 약수터와 공원 등을 샅샅이 누비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다.
서정화의원(52)은 집 지하실에 50여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마련,새벽 6시부터 지역구근로자 등을 초청해 함께 식사를 한다.
김덕용의원(50)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지역 구민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마주치는 등산객들과 악수를 나눈다. 특히 새벽에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직접 받는것도 중요한 일과중의 하나다.
지역구가 대전인 김홍만의원(48)은 여느 지방출신 의원과 달리 서울에 집이 없다. 귀중한 새벽시간을 지역구를 위해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새벽 4시면 일어나 시장·공원 등을 돌며 한바탕 인사공세를 편뒤 7시께 서울로 출근한다.
권노갑의원(61)은 김대중 공동대표의 당무특보를 맡은 뒤부터 새벽시간의 대부분을 사람만나는 일로 보낸다. 선거를 앞두게되자 요즘은 공천희망자들이 새벽같이 집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새벽마다 가장 즐겨찾는 곳은 대중목욕탕. 지역구민들과 함께 알몸으로 나누는 대화는 가장 효과적인 표관리방법으로 정평이 나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인들의 새벽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한 국회의원은 『새벽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정치생명이 달려있다』고 말했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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