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회의·오찬모임등 변화 모습/쉬운 판결문·보석보증보험제 도입 등도 업적/무리한 인사·법정소란으로 곤욕김덕주 대법원장이 1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취임사에서 『사법부의 기본사명은 사법권 독립을 통한 법치주의의 확립』이라는 소신을 밝힌바 있는 김 대법원장의 첫 1년 행적에 대해 법조계 주변에서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물론 절대적 명제 사법권 독립과 사법민주화를 실질적으로 정착시키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이 없지는 않지만 21세기를 향한 사법부의 미래상을 정립하는데 노력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조인은 드물다.
이를테면 대법원장이 8차례 각급 법원의 판사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의견을 청취,정책에 반영하고 종전과 달리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토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가 하면 대법관 회의를 민주적으르로 운용하기 위해 회의실에 원탁을 설치하는 등의 모습은 변화하는 사법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국민에게 가까운 법원」 「국민에게 편리한 법원」을 사법부 운영방침으로 표방,판결문을 알기쉽게 작성토록하고 서민들을 위한 보석보증보험 제도를 활성화 시켰으며 즉심에서 불출석 재판을 확대해 사소한 위반때문에 불편을 겪었던 「제도적 관행」을 개선한 것도 「치적」의 하나로 꼽힌다.
이와함께 수시로 법관세미나를 열어 형사사건에서의 양형차이를 분석,토의하고 손해배상 사건의 통일적인 처리를 위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등 사법제도를 바람직하게 개선하려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년은 상당수의 중견법관들이 타의로 법원을 떠나 재판업부에 지장을 초래했고 최악의 법정난동까지 겹친 어두운 구석도 적지 않았다.
「인사쇄신을 통하 조직의 활성화」라는 명분아래 고법판사 등 70여명의 중견법관이 법복을 벗었으며 지난 4월에는 연임대상 법관 3백43명에 대해 직·간접적인 사표종용에 이어 「연임불희망원」까지 받는 이레적 수단마저 동원,법원내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과거 법관재임용이 행정부나 통치권자의 입김에 좌우됐던 시절에 비추어 연임 여부를 사법부가 스스로 결정했다는 점은 큰 의의를 갖지만 재임명 탈락의 합리적 기준제시와 납득할 수 있는 법관 인사고과제도의 확립이라는 과제를 남긴 셈이다.
전전대협의장 송갑석 피고인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공판정에서 법정소동이 벌어져 경찰관과 방청객 20여명이 부상하는가 하면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강경대군 폭행치사사건 공판도중 법원기물이 부서지고 변호인이 폭행당하는 사상 최악의 법정난동이 일어나는 등 법정소란이 잦은데 대해서도 신속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법정의 존업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정소란자에 대한 감치·법정구속 등 즉흥적이고 사후약방문격인 조치를 취하기 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신뢰와 권위를 높여가는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이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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