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개입표명 불구 「엘친공동체」 지지굳혀/핵통제엔 큰관심… 확실한 보장 받아낼듯【워싱턴=정일화특파원】 제임스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14일부터 시작되는 소련방문에 관한 특별기자회견을 갖기위해 백악관 기자실을 들어서면서 첫마디로 『오늘 아침 부시 대통령은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25분간 애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옐친은 부시에게 독립국가 공동체의 상황에 관해 전반적인 근황을 설명했으며 『다른 공화국도 이 협정에 참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이커 장관은 그의 소련방문 일정을 소개했다.
일정은 모스크바키예프민스크알마아타비세크로 이어져 있다.
모스크바,키예프,민스크는 옐친의 주선아래 주권국가 공동체를 선언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시 수도이고,알마아타와 비세크는 카자흐와 키르기스공화국 수도로 이들 모두 주권국가 공동체에 가입하기로 했거나 가입의사를 비치고 있는 곳이다.
베이커의 방문일정은 2주일쯤전에 이미 결정나 있었다. 한데 그의 소련방문지 결정은 마치 주권국가 공동체 구성멤버로 미리 알고 그곳만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베이커 장관이 스스로 밝히고 있는 소련사태 견해는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국내문제 불간섭 주의이다.
그는 『고르바초프를 지지하는가,아니면 옐친은 지지하는가』 『고르바초프의 장래는 어떻게 될것으로 보는가』 등의 질문이 나올때마다 『그것은 소련 국내문제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 9월4일 이미 밝힌대로 소련인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이며 우리는 다만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성취되는 그 결과를 존중할 뿐』이라고 대답해 왔다.
그러나 이런 느슨해 보이는 견해속에서도 한두가지의 선택은 확실해 보인다. 그 하나는 고르바초프셰바르드나제팀에게 큰 미련을 갖고있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옐친의 독립국가 공동체 참여국들에 더 큰 호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옐친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우크라이나,벨로루시를 모아 독립국가 공동체를 결성하고 사실상 소비예트연방 공화국을 대체했을 때 베이커 장관은 일요일인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소련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모스크바 방문중 베이커 장관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만나게 돼 있다.
그러나 지난 8월의 군사 쿠데타 사태때와는 딴판으로 그를 지지하는 어떤 언사도 없는 것으로 볼때 그의 면담이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고는 볼 수 없다. 어쩌면 고별인사가 될지도 모른다.
베이커 장관은 12일 프린스턴대에서 행한 연설에서 대소 인도적 원조문제를 말할때 독립국가 공동체 참여국이나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발표한 공화국만 그 대상국으로 거론했었다.
이는 국내문제 불개입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엘친의 독립국가 공동체 지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둘째 핵문제에 관해서도 우려를 갖고 긴급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로버트 게이츠 신임 CIA국장이 『소련은 내란이 발생할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핵무기 사용으로 전세계가 참화를 당할수도 있다』고 증언한데 대해 『베이커 장관의 견해와 어긋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커 장관 스스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소 목적의 하나는 『바로 소련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핵무기의 향방을 다루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핵문제는 적어도 이 문제를 다룰 단일통합사령부가 형성돼야 하며 소련은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약속한 핵감축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베이커 장관은 이번 소련방문중 이런 미국의 양대 기본정책을 「공동체」 지도자에게 설명하고 가능하면 이들과 그 결말을 어느선까지는 내고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핵문제는 이미 미국의회가 4억달러의 보조금을 주기로 결의해놓고 있기 때문에 베이커 장관의 말대로 「냉전시대의 유물인 핵무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외에 그 안전 통제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려 할것이 틀림없다.
국내문제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로 못박고 있지만 오는 1월 워싱턴에서 소련을 돕기위한 국제조정회의를 열기로 이미 제안해 놓고 있기 때문에 이 회의 개최일정 설명을 통해 빠르지는 않지만 적어도 소련공화국의 향방이 어떠해야 할것인가에 대한 지침을 이번 방문중 뿌려 놓게 될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의 핵안전문제만 확실히 확보된다면 사실 소련 국내문제는 얼마나 어렵게 진행되든,얼마나 오랜시간을 이 문제해결을 위해 쓸 것인가 등은 별 큰 관심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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