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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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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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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중의 대화는 대개 부드럽다. 식사를 하면서 가시돋친 말을 내뱉기가 쉽지않다. 북측대표가 참석한 청와대 오찬에서 오고간 말들은 화기롭다. 그 가운데서 연형묵총리의 한마디는 북한언론의 실상과 역할을 그대로 밝혀준다.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실제로 듣고보니 새삼스럽게 남북의 이질감을 착잡하게 느낀다. ◆「서울에 오니까 우리나라 언론이 복잡하지 않던가요」라는 물음에 대답은 이러하다. 「북에선 언론이 복잡할게 없습니다. 모든 인민이 사상적으로 위대한 주석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단합되어 있으니 논쟁할 것도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판에 박은듯한 말이기는 하나,진짜 이런 세상도 있나 하는 생각이 솟아 오른다. 얼마나 사실이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아리송하다. ◆의문은 꼬리를 문다. 그렇게 자신만만한데 이번 회담에서 왜 신문과 TV의 개방엔 꼬리를 뺀것일까. 흘러나온 소문에 따르면 북측이 이 문제에 대해선 집요하게 남한의 양보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합의가 「남과 북은 과학·기술·교육·문학·예술·보건·체육·환경과 신문·라디오·텔레비전 및 출판물을 비롯한 출판·보도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북한측은 봇물이 터지는 것은 꼭 막아보겠다는 의도인것이 확실하다. 남한의 언론보도를 보여는주되 자기들 입맛에 따라 골라보겠다는 저의가 들여다 보인다. 논쟁할것도 복잡할것도 없이 꼭꼭 틀어막혀 있는데 골칫거리를 내놓고 끌어들일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속셈은 결국 그들의 약점을 스스로 노출케 하였음을 알고 있는지 묻고싶을 따름이다. ◆주석의 사상이 한번 흔들리면 뿌리자체가 흔들리고 만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니 개방은 언제나 두렵기만하다. 외부세계의 바람은 온통 병균으로 오염되었으며,그것이 주석의 온실에 침입하면 큰일이 난다는 것을 잘알고 있는듯 하다.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사이에 교류가 어떻게 전개될까,앞날이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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