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웅진여성의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복수극」 기사는 검찰의 수사결과 조작으로 밝혀져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이번 사건은 여러가지 점에서 「에아(AI) 더러운(D) 새끼(S)」란 청소년들의 AIDS풀이를 다시 한번 되씹게 해주었다. 청소년들의 이같은 AIDS풀이는 AIDS의 발음과 알파벳사용의 묘를 살렸을 뿐 AIDS의 실체와는 거리가 먼 것이지만 AIDS는 점점 무섭고 더러운 병이 돼간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절감할 수 있었다.
지난 1일자 본란에 「에이 더러운 새끼」를 쓴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AIDS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한 풀이를 한 청소년들의 재치가 놀랍고 이리저리 굴려보니 「에이 더러운 새끼」란 AIDS풀이가 그럴듯 했다는 독자의 전화도 있었다.
「에이 더러운 새끼」란 약간의 저속한 제목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AIDS」란 제목으로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겠다는 생각에서 의도적으로 그러한 제목을 붙였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다행히 독자들의 이해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이번에 진짜 「AIDS」다운 사건이 터져버린 것이다.
AIDS는 흥미거리로 다뤄서는 안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이 점을 중시하고 있다. 현재 AIDS는 70∼80%가 남녀의 성접촉에 의해 전염된다는 점에서 자칫 흥미거리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AIDS를 과학적·의학적 측면보다 흥미위주로 다룰 경우 환자는 동물원의 원숭이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 무려워 점점 숨어버리기 때문에 이의 예방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방역관계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처럼 유교의 영향이 강한 보수적 문화권에선 AIDS방역활동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AIDS예방의 가장 유력한 방법은 콘돔 사용이다. 관계자들은 콘돔이 AIDS전염을 90%까지 막을 수 있는데도 우리나라같은 유교문화권에선 이를 공공연히 입에 올릴수조차 없다고 안타까워 한다.
미국은 콘돔광고가 TV에 나타나고 뉴욕·LA 등에 콘돔전문상점까지 등장했다. 약국 한구석에 숨어 있던 콘돔이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달리 성이 어느정도 개방됐다는 우리와 같은 유교권의 일본조차 콘돔을 공공연하게 입에 올리는데 많은 제한이 있다. 일본 AIDS예방재단이 최근 콘돔속에 옷을 벗은 여자가 서있는 AIDS예방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사회적 저항때문에 이를 게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피임실행자 80%가 콘돔을 사용하는 데도 그렇다. 현재 일본 AIDS예방재단의 연간 PR비가 3천만엔(1억5천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AIDS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할바도 못된다. 애써 무관심하려 한다. 정부조차도 환자숫자에만 매달려있는 실정이다. 환자 숫자보다는 예방이 중요한데 콘돔홍보 등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WHO관계자들은 아프리카에 이어 아시아가 AIDS의 텃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월간웅진여성의 「AIDS복수극」 사건은 AIDS를 흥미거리로 다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AIDS에 보다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정부도 환자숫자에 매달리기 보다 열린 정책으로 국민의 경각심과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 「더러운 새끼」 AIDS는 감추거나 피하기보다는 콘돔으로라도 생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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