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성격 수정·기구확대 검토/통일원/남북교류 통합조정책 고심/경제부처/“보안법 손질 성급”/법무부/비핵화회의 의식 입장유보/국방부「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채택됨에 따라 정부의 후속조치 마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는 5차 고위급회담 폐막 다음날인 14일부터 이미 이와관련한 실무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통일원◁
대북정책의 총본산인 통일원은 남북관계의 획기적 상황변화에 따라 정책적·행정적 측면에서 많은 숙제를 안게 됐다.
먼저 북한과 사실상의 국가간 기본조약인 「합의서」를 체결하게됨에 따라 기존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수정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관련 교육·홍보정책의 수정작업도 검토되고 있다. 우리와 불가침을 약속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당사자로 등장한 북한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연구대상이 될 전망이다.
행정적으로는 판문점 연락사무소 설치를 포함한 기구확대 등 직제개편문제가 당장의 당면과제이다. 각종 남북교류가 엄청나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를 감당할 행정능력의 구비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기존의 남북대화사무국·교류협력국 등 남북대화 및 교류담당창구의 재조정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인원과 조직확대 등이 포함된다. 일부에서는 남북교류분야를 전담할 독립청의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남북의 인적·물적교류가 확대될 것에 대비한 관련법규 등 제도의 정비도 불가피하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남북교류 협력특별법의 개정작업과 통일관계 장관회의 등 관련 정부기구의 활성화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대북관련 각종 관변단체로 남북관계의 해빙무드조성에 맞춰 정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무부◁
남북한이 「현 정전상태를 남북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한다」(합의서 5조)라고 합의함에 따라 외무부는 평화협정의 체결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고 법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검토에 착수했다.
이와함께 판문점에 설치될 남북연락사무소(7조)가 외교적 성격과 기능을 갖게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우리측이 최종순간에 북한에 양보·삭제했던 「외국과 체결한 조약·협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네바협약 등 국제법을 검토하고 있다.
외무부는 남북합의서의 내용에 대해 미·일 등 우방에 외교경로를 통해 통보하고 곧 주한외교사절단에게도 설명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남북이 국제무대에서 대결과 경쟁을 중지키로 함에 따라 남북이 동시가입한 국제기구 등에서의 대북 외교전략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방부◁
국방부와 합참은 남북간 합의서 체결로 한반도 평화정착 통일로 이끌 군축실현을 위한 정치·군사적 신뢰를 조성한다는 대원칙은 선언됐으나 이달중 북한 핵개발 거취결정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열릴 남북 대표회의의 향방이 군축 등 남북간 군사현안 해결의 첫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이같은 판단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상황변화에 대응한 정책·전략의 수정·보완작업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곧 있을 비핵화 대표회의를 의식,기본합의서 체결에 따른 국방부의 공식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국방부는 남북한의 조기·동시 핵사찰 실시수용 등 한반도 비핵화란 최대의 과제가 풀리면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전환,유엔군사령부해체,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해체,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군축협상 본궤도 진입 등 남북이 군사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새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
법무부와 검찰은 합의서의 정신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남북교류와 협력을 막아온 법적장애요인의 제거에 나선다는 기본입장은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남한체제 유지의 상징적 장치로 꼽혀온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인정,잠입 탈출 회합·통신 찬양 고무 등을 처벌한다는 점에서 남북 화해정신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높지만 합의서가 단지 앞으로의 화해방향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 법적구속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북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법률정비시기와 법률개폐폭을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남북 상호간의 화해분위기를 최대한 뒷받침한다는 차원에서 상황변화에 걸맞는 다각적인 대응방안과 후속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무력적화통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가보안법 등 체제유지법의 즉각적인 손질은 있을 수 없으며 구속자석방도 성급하게 다룰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이같은 방침표명은 남북간의 합의서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내절차를 거치는 등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다 구체적인 실무작업도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단순한 합의만으로 국내법의 운용이나 법집행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부처◁
경제부처도 이날부터 본격적인 남북교류에 대비,소관업무별로 자료점검과 추진방향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대부분 실무관계자들은 『남북 경제교류시책이 앞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되려면 체계적인 종합기획기구 설치나 부처간 업무 영역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앞으로 한동안 민간기업들간에 대북교역 및 투자진출을 둘러싸고 과당경쟁을 부를 소지가 적지않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장치나 조정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획원의 경우 대외경제조정실이 내국거래로 추진키로 한 남북경제교류 업무를 맡고 있는 것도 어정쩡한데다 비경제부처인 통일원이 각종 교류사업의 최종 승인창구가 돼있는 현실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남북한 직교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선 남북한 외국환은행끼리의 코레스(환거래)계약 체결이 필요하다고 판단,지난연초 추진되다 북측의 소극적 자세로 유야무야된 외환은행과 대성은행간의 코레스계약 체결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중앙은행간의 청산계정 설치방안을 제기하고 있으나 LC(신용장)직개설마저 안되는 상태에서는 무리』라며 『먼저 코레스계약에 의한 LC직개설을 정착시킨 다음 청산계정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공부는 이날 상오 유득환 제1차관보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남북간 합작투자에 앞서 부품 등 반제품을 북한에 보내 완제품을 돌려받는 임가공방식 협력방안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농림수산부는 남북간 교역이 특히 농수산물 분야에서 가장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북한 농업관련 주요 통계와 경작방법 품종 등 기초자료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또 북한이 쌀반출을 요청해올때에 대비,지역별 재고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종자 및 재배기술을 함께 지원해 주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동자부는 ▲남북송유관 천연가스관 연결 ▲서해안대륙붕 공동개발 ▲북한과 중소에서의 광물자원 합작개발 ▲남북 교환송전 등 다양한 에너지 교류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세부 추진계획을 점검중이다.
특히 올 연초 호 메르디안사와 삼성물산간에 시도된 서해안대륙붕 천연가스 합작개발사업이 맨먼저 성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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