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끌고밀며 한파도 녹이고…/중구관내 12명 「한마음」 행사에/용기 잃지말자 서로서로 위로사랑의 손길이 아쉽기만한 불우 청소년가장들이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장애인들을 도와 시내 나들이를 함께하며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었다.
서울 중구청관내 소년·소녀가장 12명은 14일 하오 뇌성마비 지체부자유인 등 장애인 13명과 「한가족 한마음나누기」 행사를 갖고 3시간 동안 그들의 손과발이 되어 주었다.
역경속에서 가정을 책임져온 이들 소년·소녀 가장들은 연말을 앞두고 사회로부터 받아온 사랑에 보답하기위한 봉사 활동을 생각해오다가 중구청의 연결로 장애인돕기 행사를 열게됐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낼 주말 시내나들이에 나선 장애인들은 모처럼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소년소녀처럼 즐거워했다.
이날 낮 12시50분께 구청광장에 모여 음식점에서 점심을 같이 할때까지도 어색한 분위기 였으나 순수한 사랑의 띠는 금세 이들을 한데묶어 한가족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오 2시20분께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세밑의 온정을 부르는 명동거리에 들어서자 시민들도 따뜻한 눈길로 이들을 맞아주었다.
휠체어를 밀거나 장애인들을 등에 업은 소년·소년들은 이날따라 포근한 겨울날씨 속에서 장애인들을 위로했고 장애인들은 이들에게 『꿋꿋이 살아가라』고 격려했다.
인파로 붐비는 명동 제일백화점에 들어가서는 손수건 지갑 액세서리 등을 골라 서로 선물하기도 했다.
이어 남산전망대에 올라간 이들은 해양박물관에 설치된 수족관 등을 신기한듯 구경하고 30초만에 1백30m의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는 연신 탄성을 올렸다.
지난 83년 어머니가 가출한뒤 아버지마저 당뇨병으로 숨져 할머니(73)와 함께 단둘이서 살아온 오주현군(16·덕수중 3)은 『도움만 받아오면서 무언가 남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몸이 불편한 분들을 도와 드릴 수 있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장래 과학자가 꿈이라는 오군은 『장애인들이 하나님을 믿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았으며 좋겠다』며 자신도 꿋꿋이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88년 척추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김완수씨(45·무직)는 『나들이를 하고싶어도 좌절감으로 포기하곤 했는데 자신같은 소년·소녀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접하고는 희망이 다시 솟구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과 한짝이된 소녀가장 김영화양(18·명지여고 1)에게 『나는 13살때부터 동생들을 책임져야했던 소년가장이었다』며 『몸 건강히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하게 살수있으니 용기를 잃지말라』고 격려했다.
지체부자유자인 박미랑양(20)과 양승희양(20)은 자신들이 동갑내기라는 사실을 알고 『우리는 친구』라고 악수를 나눴고 『최선을 다하자』 『앞으로 자매처럼 지내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날 행사를 후원한 김성순 중구청장은 『어려운 처지에서도 주위의 장애인들을 돕겠다는 청소년가장들의 마음씨가 갸륵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소년가장들과 장애인들은 귀가길 버스속에서 새해에도 자주 만나 사랑을 나누기로 약속했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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