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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다시 합시다/김창렬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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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다시 합시다/김창렬칼럼(토요세평)

입력
1991.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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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막을 내리고 있다. 남은 시간은 닷새뿐이다. 그 닷새가 지나면,이제 이른바 대권을 향한 정치일정 시작된다.모든 변수를 빼고 법대로만 풀어 본다면,그 정치일정이란 달력상의 절후만큼이나 빤한 4차례 선거과정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의 정치일정은 달력 장 넘기듯,그렇게 수월하게 넘어갈 것 같지가 않아서 걱정이다. 과연 우리 정치권이,이 벅찬 일정을 탈없이 소화할 수 있을까. 그 보다는,도대체 우리 사회와 경제가 그 벅찬 일정을 감당할 만큼 튼튼할까.

이런 걱정에 대하여,정부·여당은 지금까지 『법대로…』 이상의 구체적인 속마음을 내비친 적이 없다. 그러나 그 『법대로…』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정부쪽에서는 오히려 『법대로…』가 어렵다는 자료만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서 정부·여당으로서는 13대 정기국회 파장뒤,조기개각·조기공천·조기총선으로 정치일정의 정면돌파를 시도하면서,총선결과를 보아 내각제 개헌을 할지 말지,지방선거도 할지 말지를 결정하려 한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지닌다. 좀 치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야당의 처지는 이보다 약간 낫다. 역시 『법대로…』를 외치며,동시 선거 카드를 곁들여,정부·여당을 토끼 몰이하듯 하면 되는 것이다. 지방선거 시행여부는 총선 쟁점으로 삼을 수가 있어서 더욱 좋다.

이렇게 얽혀서,새해 정치일정 걱정은 좀처럼 풀기가 어렵다.

내년 정치일정 걱정의 근거는 지금까지 대강 다 제시가 됐다고 할 수가 있다. 다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실증된 수치는 눈여겨 불필요가 있다. 지난 13대 총선 직전인 88년 1/4분기의 제조업 성장률은 21.4%,선거기간이 낀 2/4분기 성장률은 5.7%였다. 같은 기간중 통화량 증가는 38.7%에서 43.7%로 늘어났다. 이같은 경제의 함몰을 내년 정치일정에 대입해서,얻어지는 결과는 무엇일까. 민주화의 비용치고도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다면 동시선거가 이 어려움을 풀어줄까. 정당 개입여부 등 법리상의 어려움은 둘째치고,물리적으로도 동시선거는 어렵다. 총선거와 두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는 경우의 선거공보가 1억9천6백28만장,총투표용지 8천5백67만장을 개표하는데 33시간이 걸린다는 예측만으로도 쉬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런줄을 알면서도,혹시 선거관리문제는 무슨 변통을 하되,경제적인 영향은 민주화 홍역으로 여기고 견디어야 한다는 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의 골병거리는 따로 있다. 불과 1년 미만에 정권을 바꾸고,국회를 교대하며,모든 지방행정 쳬계를 한꺼번에 바꾸는 충격이다. 이 상하 동시다발의 공백은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이런 일은 「혁명」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상황은 하나의 함정이나. 다름없다. 무책임한 정치가 스스로 파고들어 앉은 함정이다. 섣부르게 지자제 일정을 잡아 놓고는,당리당략을 겨루느라 그 시행을 3차례나 미루다가,적기를 다 놓친뒤 끝의 「넘기고 보자」 식 어설픈 타협으로 「한해 4차례 선거」라는 진퇴유곡으로 나라를 몰아 넣은 것이다.

일을 이처럼 꼬이게 만든 책임은 분명 정치가 져야 한다. 그 길은 현실에 입각한 결자해지에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여야는 무엇보다 먼저 내년 정치일정을 보는 국민들의 불안을 헤아려야 한다. 그 불안이 어느정도 근거있는 것이라 여긴다면,당장 여야가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경우의 「수」는 일단 「꾼」에게 맡겨야 하겠지만,다음 몇가지 수순은 꼭 밟아야 할 것 같다.

첫째는 정부가,바람직하기는 대통령이 몸소,내년 정치일정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것이다. 『법대로…』가 확고한 정부방침이라면,선거관리 방안,이에따른 경제전망과 경제운영 계획,행정체계 변환에 따른 공백과 혼란방지 대책 등 정부로서의 대비와 준비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로써 국민 납득한다면,문제는 없다.

그러나 사정이 꼭 이렇지 못하다면,정부로서는 여야간의 새로운 협상을 요청할 도리밖에 없다. 새해에 임시국회를 소집해 협상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협상의 주제는 곧장 두차례 지방선거의 연기여부로 설정하는 것이 옳다. 협상이 어렵기는 하겠지만,다음 방안도 한 접근방법은 된다. 이번에 한하여,지방자치단체장을 지방의회에서 개선하거나,정부가 임명은 하되 지방의회의 인준을 받게 하는 것이다. 정치일정의 뼈대는 살리면서,지난 지방선거의 민의와 지역에 따른 여야 세의 우열은 어느정도 반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선출하거나 임명된 단체장의 임기는 2년으로 제한한다. 그것으로 2년뒤 단체장 직선이 있으리란 보증이 되고,그때에 대비한 행정정비와 지방자치 경험을 축정할 여유가 생긴다. 아울러 다음번에는 단체장 선거와 지방의원 선거가 동시 선거로 되고,14대 국회의원 임기중반의 중간선거 같은 성격도 지니게 된다. 장기적으로 선거제도와 지자제도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만한 내용의 협상이나마,우리정치가 해낼 수 있을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지금대로의 새해 정치일정이 파국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돈 안드는 선거」를 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지만,너무나 안이하다. 선거법 개정의 여당 독자안 가지고는 「돈 안드는 선거」란 어림없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야당도 『법대로…』만을 외치는 것이 능사는 아닐 줄 안다. 『법대로…』가 반드시 야세의 약진을 가져온다는 보증이 없을 뿐 아니라,오히려 파국의 책임중 큰몫을 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잊지 말것은 언제나 심판은 국민이 한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들은 새해정치 일정에 대한 여·야의 태도를 지켜보고 저울질 한다. 그들의 불안이 여·야 새로운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마침 남북고위급회담이 합의서를 도출했다고 해서,온 나라가 약간은 들뜬 느낌이다. 합의서의 발효와 후속조치에,국회로서의 의당한 역할이 있어야 하고,그 결과가 내년 정치일정에 미묘한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어차피 연초 임시국회가 열릴 것이라면,처음부터 상당한 회기를 잡아 새해 정치일정과 정치입법 협상에 십분 활용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남·북관계가 급진전할 경우 우리가 받을 충격과 부담 또한 적지 않을 터인데,이런 판에 정치의 과소비와 경제체질의 허약화를 자초해서는 아니되겠기에 하는 말이다.<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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