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가뿐한 발걸음/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가뿐한 발걸음/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2.13 00:00
0 0

12일 하오3시께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있는 쉐라톤워커힐호텔 1층 로비. 회담 참석을 위해 서울에 온 북한측 대표단이 수원의 삼성전자 시찰을 위해 호텔을 나서고 있었다.대표단의 표정은 줄곧 굳어있었던 표정과는 달리 매우 밝았다. 상오부터 열리고 있는 실무대표 접촉이 급진전되고 있다는 낭보가 호텔주변을 휘감아 돌았고 따라서 이들의 발걸음 역시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가벼운것만 같았다.

이들과 동행한 우리측 안내요원들도 덩달아 상기된 표정이었다. 우리측 관계자들은 『잘 되고 있다지요』라며 북측 대표단들에 한층 친근감을 표시했다. 불과 하루사이에 일어난 변화였다.

지난 10일 북측대표단 90명이 판문점을 넘어올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은 회담성과를 반신반의했다. 아니 오히려 1년이상 지루하게 끌어온 고위급회담이 또다시 성과없이 해를 넘기게 될 것이라고 지레짐작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소련사태보다도 더 빨리 이뤄진 이번 회담의 급진전은 이날 새벽 1시께 평양과 교신을 끝낸 북측이 갑작스럽게 비공식 실무접촉을 요청하면서부터 감지됐다.

오히려 회담에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보다 앞서 지난 11일 밤 1차 실무접촉이 끝난뒤부터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남북관계에 새 이정표가 될 서울회담의 합의 도출은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었다. 그동안의 숱한 접촉과 상호입장 타진,그리고 무엇보다 양측의 전향적인 양보자세가 빚어낸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민족의 염원이라는 공감대가 있었음은 두말할나위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이번의 합의를 통해 남북이 보다많은 접촉을 갖고 통일에 성큼 다가서게 되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되살아나는 것은 많은 기대를 갖고 출범했던 남북관계의 여러 계기들이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는 쓰라린 체험이다.

서울에서 얻어진 소중한 합의만은 어떤 경우에도 과거의 전철을 밟지말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해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