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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성 집회/참석자 출석점검만 신경(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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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성 집회/참석자 출석점검만 신경(등대)

입력
1991.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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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비 추방은 검소한 식탁에서』,『요금인상 억제하여 물가안정 이룩하자』12일 하오3시 잠실 실내체육관에는 수십개의 플래카드아래 목욕탕 술집 갈비집주인 1만6천여명이 모여들었다.

요식·유흥·목욕 등 전국 위생관련단체 중앙회의 주최로 「물가안정을 위한 10% 절약 실천결의대회」가 열린 것이다. 참석자들은 각 지회가 보낸 참석요청 공문에 기재된 좌석번호를 찾아가 앉았다.

그러나 『정부시책에 적극 동참해 불참으로 인한 행정적 불이익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는 공문을 받고 겁이 나 영문도 모른채 나왔다는 송파구 잠실본동 K식당 종업원 조모씨(45·여)는 『오늘 궐기대회를 하는 거냐』고 물으며 송파지회의 자리를 찾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행사시작시간인 하오3시께 체육관출입구 계단은 『쪽지를 늦게 내 큰일났다』,『쪽지를 냈으니 빨리 돌아가자』고 출석점검에 신경쓰는 사람들로 붐볐다.

행사도중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그곳에서 『가지 말라고 해. 끝난뒤 또 인원점검 할거야』 하는 엄포가 들렸다.

목욕료를 1천7백원에서 1천9백원으로 소문도 없이 올려 놓고는 『효율적인 업소경영으로 얻은 이익을 요금인하에 반영한다』,『무분별한 호화 사치낭비를 추방한다』는 5개항을 결의하고 대회는 1시간여만에 끝났다. 체육관에서 메인스타디움을 돌아 두줄로 빽빽히 들어찬 승용차 1천여대중 벤츠,그랜저승용차에서 주인이 돌아오기만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던 운전사들은 참석자들보다 더 대회종료를 반기를 표정이었다.

주최측은 2부 행사인 롯데월드까지의 가두행진을 위해 『어서 모이라』고 고함을 쳤지만 귀를 에는 찬바람속에 묻혀버렸다. 무스탕코트나 은빛 여우코트차림의 승용차 주인들은 행진을 하건말건 양손을 주머니에 꽃은채 자신의 자동차나 전철역으로 향했다.

이런 허식과 전시성 집회가 서울에서는 요즘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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