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유럽」 탄생… 세계판도 대변혁/영 예외불구 일정확정 큰성과/동구·해체 소 공화국 편입땐 파장증폭/선봉합에 치중 모호한 규정 변수내포【마스트리히트=강병태특파원】 유럽공동체(EC) 12개 회원국 정상들이 11일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경제화폐 및 정치통합을 내용으로 하는 「유럽연합」 조약을 체결함에 따라 단일유럽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로써 지난 57년 로마조약으로 최초의 모습을 드러낸 「거대유럽」 구상이 34년만에 본격 가동된 셈이다.
EC역내 3억4천만인구로 세계 최대공동체가 될 「통합유럽」은 이 조약에 의해 공동의 외교안보 및 단일사회정책을 수립하는 「공동운명체」가 돼 세계세력판도를 뒤바꾸는 대지각변동을 예고한다. 또한 2000년 1월로 예상되는 동구권의 편입과 현재 급속진행중인 소연방의 해체와 맞물려 그 파장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이날 상오 경제화폐통합에 대한 합의를 손쉽게 이끌어냈던 EC정상들은 이날 마라톤회의를 거쳐 ▲공동의 안보정책 ▲역내 빈국에 대한 재정지원 ▲유럽의회의 권한확대 등 정치통합과정의 최대쟁점들을 타결해 「통합유럽」을 본격 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유럽의 통합은 원대한 구상만큼이나 어려움 또한 크다. 그 단적인 예가 당초 조약초안에 명시됐던 「유럽연방」 목표가 「보다 긴밀한(ever closer) 유럽연합을 지향한다」로 수정돼 채택된 사실이다. 이러한 전문규정은 국가주권의 대폭적인 이양을 반대한 영국 등 보수국의 주장을 수용한 타협의 산물이다.
이를 들어 메이저 영국총리는 「빛나는 승리」라고 추켜세우지만 규정의 개념자체가 불분명하고 조약인 실제내용과도 동떨어질뿐 아니라 필연적인 전유럽권의 완전통합추세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국의 진보적인 가디언지는 이를 「허망한 승리이자 착각」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사상최초로 공동방위목표를 명문화한 EC의 군사역할 분야에서도 『서유럽동맹(WEU)이 통합의 핵심절차로서 방위정책의 방향과 결정을 마련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기존의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가 우선적인 방위의 기본축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영국 포르투갈 등 친나토세와 친WEU인 독불간의 견해차 때문에 생긴 이율배반이라고 볼수 있다.
회담결렬위기마저 느끼게 했던 사회정책 분야에서의 최저임금 및 노동시간제한 등을 규정한 「사회헌장」은 완강한 영국의 반발에 부딪쳐 전문에서 아예 삭제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따라서 이번 조약은 「화려한」 외형상의 구색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방향과 원칙이 정립되지 않은 불확실한 「잠정안」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조약자체가 96년 재검토규정을 포함하고 있는 사실은 EC회원국간의 이같은 딜레마를 반영하고 있다. 이 재검토 과정중 회원국들은 통합의 심도와 후속 이행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때문에 유럽의 정치통합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보면된다.
이런 점에서 마스트리히트회담의 최대성과는 경제화폐 통합일정을 확정지은데 있다.
비록 영국이 참여여부와 시기를 추후 결정하는 특별 예외조항이 삽입됐지만 97년부터 단일통화에 들어가 99년 1월에는 경제화폐통합이 최종단계에 돌입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또한 통합조약 부속의정서에서 역내 빈국을 재정지원하는 단결기금을 내년중 창설한다고 밝혀 정치·사회통합의 난제중 하나를 해결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 역시 시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회원국들이 단일통화인 ECU(유럽통화단위)를 채택키 위해서는 엄격한 자격기준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에따라 각국의 긴축재정 통화정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CU 채택기준인 소위 「수렴조항」은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60% 미만일 것 ▲저인플레율과 저이자율을 유지할 것 등 까다로운 조항을 담고 있다. 현재로서는 프랑스 덴마크 룩셈부르크 3국만이 이 기준에 도달해있고 독일은 통일에 따른 재정부담으로 위험수위에 놓여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경제화폐통합의 최종단계시행에 EC 각국이 수긍하면서 단일통화와 단일중앙은행(Eurofed) 가동을 확정지은 것은 통합유럽을 향한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독일통일의 예에서보듯 경제통일은 정치·사회통합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것이 분명하다. 유럽내 유력지인 유로피언지가 「화폐통합은 곧 정치통합」이라고 논평한 점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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