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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수호 마지막 보루” 움직임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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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수호 마지막 보루” 움직임 심상치 않다

입력
1991.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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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위기” 소군 쿠데타 배제못해/경제난에 국민들도 지지 가능성/연방군 조직 붕괴따라 「헤쳐모여」 소지도소련연방의 소멸에 따라 소련군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의 위용을 자랑하던 「붉은 군대」도 소련연방의 소멸과 함께 「헤쳐모여」가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총병력 5백만명에 6개군구로 소련전역에 배치된 군은 징병제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그 결과 「다민족국가」인 소련의 특성상 소부대 단위까지 민족·종교·관습 등이 상이한 각 공화국 출신들이 혼재돼 있는 상태이다.

이런 실정으로 아프간 침공때 회교공화국 출신의 이탈이 늘어 임무수행에 큰 차질을 빚었으며 가깝게는 8월 쿠데타시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의 호소에 따라 반쿠데타군에 가담하는 탈영자가 줄을 이었다. 이런 점에 비춰볼때 「독립국가 공동체」의 창설은 슬라브계 출신의 연방군 이탈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방군 조직의 붕괴로 이어질 소지를 안고 있다.

동시에 소 연방의 소멸은 군의 존재명분인 충성할 대상(국가)이 사라져 조직의 근간인 소속감이 무뎌지고 군의 생명인 지휘계통이 일시에 마비되는 극도의 혼란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미의 관심사는 군이 보유한 핵무기 통제권 문제이다. 전술 핵탄두 5천기를 비롯한 2만7천여기의 핵포탄으로 「세계최대 핵무기 국가」인 소련의 핵통제권은 군통수권자인 연방대통령 아래 전략핵군이 일괄통제해왔다. 그러나 8월 불발 쿠데타이후 소련의 국체가 흔들리면서 국제안보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연방의 붕괴는 곧 우크라이나와 같은 새로운 핵강국의 출현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방의 소멸은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경고처럼 「핵무기를 동반한 유고식 내전」이 유발될 충분한 개연성을 안고 있다.

오는 15일 소련을 방문하는 베이커 국무장관은 이번 슬라브 연방에 가담한 3개 공을 포함해 전략핵무기를 보유한 카자흐공을 들러 미국의 「핵안전」 우려를 전달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다.

연방해체에 따른 군의 향배와 관련된 또 하나의 관심은 군의 쿠데타 가능성이다.

전체 병력 5백만 이상으로 한때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소련군부가 감지한 존폐의 위기인식은 쿠데타 이전부터 팽배했었다. 국내경제 위기 및 해빙무드에 따른 군부기구 촉소,아프간에 이은 동구권으로부터의 철수와 생계대책 미비 등 심리적 압박은 보수 쿠데타의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쿠데타이후 14주가 지난 현재 이런 불만 요인은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절기의 식량 및 에너지난이 가중돼 식량폭골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연방의 소멸은 「체제수호의 마지막 보루」인 군에게도 모종의 선택을 강요하는 형국이 됐다. 외무장관에 재기용된 예두아르트 세바르드나제와 게이츠 신임 미 정보국장의 잇딴 쿠데타 경고 가운데 로보프 신임 소련군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이 「20일 쿠데타설」과 맞물린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다만 문제는 치솟는 물가고와 정정불안 속에 「불만의 겨울」을 맞고 있는 소련인들이 지난 여름에 있었던 쿠데타 당시 보여준 저항대신 성원내지는 묵시적 동의로 쿠데타에 지지를 보내 그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대다수 연방주의자들인 군부지도부의 「친고르비」 친위 쿠데타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우려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구 소련군의 새 형태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즉,정치적으로 유럽공동체(EC) 형태의 「독립국가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각 공화국군을 모체로한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형식의 집단안보 조약군이 태동하고 있다. 각 공화국 대표와 연방정부는 지난달말 각 공화국군 창설과 핵무기의 중앙관리 규정을 담은 「집단안전보장 조약」에 항의했다고 샤포슈니코프 국방장관이 밝혔었다.

「독립국가공동체」 결성을 선언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스 3개공 대통령들도 지난 8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정책을 공동기구를 통해 일괄 조정 하겠다』고 밝혀 집단안보 체제의 구성을 시사하고 있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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