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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지 선정·폭로경쟁에 경종/「웅진여성」 파문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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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지 선정·폭로경쟁에 경종/「웅진여성」 파문 전말

입력
1991.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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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욕심에 자료 사실확인 안해/같은 내용 베끼기­취재행태 문제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킨 여성월간지 웅진여성의 「20대 여인 에이즈복수극」 기사는 조작된 일기가 수기로 둔갑,기사회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웅진여성」 12월호의 에이즈복수극 기사는 10일 검찰이 기사를 쓴 이 잡지사 기자 조금현씨(32)에 이어 편집장 이광표씨(41)와 이상규씨(31)도 구속됨으로써 선정주의와 무분별한 폭로로 대중의 구미에 영합해온 여성지 전반의 편집·제작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번 사건은 「웅진여성」의 자진폐간을 불렀고 주간지·여성지 등 이른바 대중이 기호에 맞는 대중잡지들의 선정주의와 이들 기자·자유기고가 등의 자질·취재행태 등이 바로 잡혀야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씨는 이미 지난해 7월 「레저신문」 기자일때 당시 유흥가를 중심으로 떠돌던 소문을 근거로 「밤거리 에이즈공포,감염여인 복수극 한창」이라는 기사를 썼다. 이어 주인공여자의 영문 첫 글자만 바꾼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같은해 7월26일자 「시사토픽」에도 실렸고 소문의 진상을 캔다는 취지의 기사가 또다시 같은해 8월호 「주부생활」에 게재됐다.

그로부터 1년5개월이 지난뒤 주인공 김○옥양의 프로필과 자필일기장,사진 등 비교적 신빙성이 있는듯한 「증거」와 함께 4번째로 재탕된 것이다.

검찰수사 결과 이씨는 지난달초 「웅진여성」에 찾아가 자신이 성폭행 피해자인 김부남 여인을 주인공으로 쓴 실명소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어요」를 신간서적 소개란에 소개해달라며 『에이즈 복수극을 벌이다 죽은 여성의 일기장을 갖고있는데 기사만 쓰면 특종』이라고 「미끼」를 던졌다.

편집장 이씨와 조씨는 이씨가 과거 「청남대는 대통령의 호화별장」,「영화배우 강수연의 애인」 등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를 써온 사실을 알고있던 터라 20여일간 「사양」하는 이씨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사정한 끝에 겨우 일기장 주요부분의 복사본을 얻어냈다.

조씨는 잡지가 일시에 10여만부 이상 팔리는 큰 특종을 했고 이씨는 그에 따른 사례금을 받기로 돼있었던 것은 물론이었다.

그뒤 이씨는 김부남여인의 실명소설도 가족들 이름까지 밝히고 성폭행장면을 너무 외설적으로 표현,가족들에 의해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홍윤오기자>

◎창간호부터 「매진돌풍」 3호로 마감/모기업,창업 10년만에 매출 1천억대

「웅진여성」의 AIDS 기사파문을 일으킨 웅진그룹(회장 윤석금)은 신화적인 성장을 이룬 준재벌급 출판업체.

80년 자본금 7백만원으로 시작한 웅진은 10여년만에 웅진출판 웅진미디어 웅진문화사 등 3개의 출판관련회사를 포함,9개 계열사에 매출액 1천4백억원,외판원포함 3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웅진여성」은 웅진그룹이 「전혀 색다른 여성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만든 야심작이지만 결국 10월 창간호에 이어 3번째 발행만에 폐간되게 됐다.

이 잡지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창간전부터 국내 잡지계를 긴장시켰으며 창간호 10만부가 모두 매진되는 등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 잡지는 일급모델을 동원,TV황금시간대에 과감한 선전을 펼쳤으며 형식도 잡지사상 처음으로 1권 2책으로 만드는 특색을 갖춰 잡지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등록한 웅진문화사(사장 유건수)가 발행하고 있는 이 잡지는 이번 파문으로 폐간됨으로써 승승장구하던 웅진으로서는 첫 실패작이 된 셈이다. 이번 사태로 웅진신화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출판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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