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남북 고위급회담이 10일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에서는 실질적인 합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남북회담이 있을 때마다 가져보는 기대요 희망이지만 번번이 실망만 안겨주고 끝나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포기할수는 없다. 민족의 염원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말로는 최선을 다해달라고 양쪽 대표단에게 간절히 호소해 보지만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해보면 이번 회담 역시 전망이 그렇게 밝지 않은것 같다.그동안 남북 실무대표들은 판문점에서 몇차례 접촉을 갖고 의견을 접근시킨 부분도 있으나 주요문제들은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즉 합의서 전문이나 상호 체제존중,비방중상중지,파괴 전복중지,내정불간섭,도로 철도 연결 및 이산가족 서신왕래와 상봉추진 조항 등에서는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그러나 불가침선언,평화협정체결,신문·방송개방,상주연락사무처 설치,합의서와 기존조약의 관계,3통(통행 통신 통상) 위원회 설치 등은 의견차이가 심하다.
불가침선언에 대해 북쪽은 군축을,남쪽은 군사적 신뢰구축을 우선해야 한다고 팽팽하게 맞서있다. 그리고 평화협정문제는 북쪽에서 「미국과 거론할 사항」이라며 기피하고 있다. 서울과 평양의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서도 북한은 「두개의 조선」을 인정하는 조치라고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언론개방은 그들의 체제를 와해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북쪽은 「동독이 망한 것은 서독 텔리비전 때문이었다」면서 「남쪽이 이를 강조하는 것은 흡수통일을 기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담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이런 쟁점뿐만 아니다. 최근에 일어났던 몇가지 사건을 떠올려보면 씁씁할뿐이다. 느닷없이 문선명목사를 불러들여 공동성명까지 발표한 것도 그렇고 여성회담 대표 여연구씨가 엉뚱하게 김일성 화환을 들고 서울에 왔던것도 그렇다. 이런 촉극들을 접하고나면 과연 북한은 대화나 관계개선에 뜻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회담이나 대화의 기회를 대남 정치선전과 대남 혁명전략에 이용하려는 것이 그들의 본심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회담부터는 남쪽에서 핵문제에 관해 새로운 자세로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는 남북회담과 핵이슈를 별개로 취급해왔으나 북의 핵개발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른만큼 남의 일처럼 대할 수 없게된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나 유엔기구에 맡길 일이 아니라 남북이 핵문제 해결의 주역이 될수 있게끔 노력해가야 한다. 핵논의의 한국화가 절실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쪽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북쪽에 대해 핵사찰수용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고집하는한 남북간의 합의서가 열개가 나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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