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에 무너진 재활의 꿈」(본보 11월22일자 등대)으로 절망해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천주교장애인 재활공동체 성가원식구들은 요즘 다시 흩어진 꿈조각들을 조심스럽게 주워담기 시작했다.이들의 암담한 처지가 보도된 이후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이 닿고 있으나 정작 이들에게 재활의 희망을 다시 일깨워준 것은 작은 생선선물이었다.
며칠전 하오 청바지차림의 남자가 생선 비린내를 잔뜩 풍기며 이들을 찾았다. 불에 그슬린 비닐하우스 숙소안에서 오랜 단식으로 탈진상태에 있어 성가원식구들은 일어서지도 못한채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11년째 청량리시장에서 생선도매상을 하는 35세 먹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 사람은 『도와드릴 것이라고 이것밖에 없어 조금 갖고왔다』며 참조기,꽁치가 가득든 상자 5개를 들여놓았다.
선채로 돌아 나가려다 성가원가족들의 성화로 자리에 앉혀진 그는 『무진 고생을 하다 살만해진 5년전부터 수시로 서울근교 양로원,고아원을 찾아 생선을 전해주고 있다』며 『집에 돌아와 모처럼 풍성한 식탁앞에서 즐거워할 어려운 이웃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즐거워 하는 것이 취미라면 유일한 취미』라고 말했다.
30여분 정도를 머물다 『생선이 떨어지면 꼭 연락하라』며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전화번호만 적어준 그는 이들이 만든 목각성물을 마다하고 불타버린 공장잿더미속에서 성경구절이 적힌 패널 4개를 찾아내 선물로 들고 갔다.
지난달 26일 열흘동안의 단식을 끝내고 의사의 지시로 미음만을 먹어온 성가원가족들은 이날부터 푸짐한 저녁상을 차렸다.
『이제 우리의 소망이었던 재활의 꿈은 잿더미가 됐습니다…』 이때까지의 절망적인 기도는 『성모마리아여,오늘저녁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차려주신 이름모를 「생선아저씨」에게 축복을 주소서』라는 감사기도로 바뀌었다.
암담한 상황은 조금도 나아진것이 없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좌절하기에는 생선아저씨의 마음이 너무도 고마운 탓이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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