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슬라브 국가연방의 등장(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슬라브 국가연방의 등장(사설)

입력
1991.12.10 00:00
0 0

소연방의 핵심을 구성하는 3개 공화국이 8일 「독립국공동체」를 선언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연방 재조직을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소비예트 연방의 소멸을 선언한 것이다. 1917년 10월 혁명으로부터 74년만에 유라시아대륙의 동서에 걸쳐서 군림해온 소비예트연방이 이날로써 사실상 해체된 셈이다.소비예트연방의 해체는 80년대 후반들어 표면화된 고르바초프 혁명의 불가피한 귀결점이었다고 할수 있다. 다만 무모한 보수파 쿠데타의 실패에 이은 우크라이나의 독립선언이 예상을 앞질러 연방해체를 현실화했을 뿐이다.

러시아공화국과 구 백러시아인 벨로루스 그리고 우크라이나 등 3개 슬라브계 공화국이 앞으로 어떤 「독립국 공동체」를 만들어 낼지는 분명치 않다. 대세로 봐서 이들 3개 공화국 지도자들이 밝힌 것처럼 「단일경제권 및 군사권」의 형성이 최대의 목표가 될것이다.

어쨌든 이들 3개 공화국만으로도 세계 최대규모의 단일경제권 또는 군사권이 될것이다. 러시아공화국 하나만으로도 땅덩이가 미국의 2배가 넘고 인구도 1억4천7백만이 넘는 강대국이다. 게다가 벨로루스와 우크라이나가 합치면 인구 2억이 넘는 슬라브민족 단일세력이 유라시아대륙의 동서에 자리잡게 된다.

이들 3개국은 세계의 초강대국인 소비예트연방의 막강한 군사력과 러시아공화국의 방대한 자원 및 공업력을 주축으로 여전히 국제정치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슬라브민족만의 단일세력형성은 미국에 망명중인 반체제작가 솔제니친에 의해 이미 제기됐었다. 이데올로기의 이름아래 인접 이민족들을 총칼로 다스려온 슬라브민족주의 내지 사실상의 제국주의가 이제 비로소 정리된다는 뜻에서 우리는 새로운 「독립국공동체」의 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러시아제국주의의 청산이 불가피한 역사의 흐름이라면,새로운 슬라브민족 국가연방은 개방적이고 평화지향적이요 또한 호혜평등을 궁극적 이상으로 삼는 「이웃」이 돼야할 것이다. 19세기 후반부터 6·25에 이르기까지 늘 러시아제국주의의 막강한 군사적 위협아래 있어온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다.

물론 새로운 「독립국공동체」는 이제부터 구성을 선언한 앞으로의 과제다.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세계의 평화와 새로운 질서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 동포가 밀집해있는 우즈베크나 카자흐스탄공화국의 움직임도 우리에게는 중대한 관심대상이다.

소비예트연방 70여년의 유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고르바초프 대통령 진영의 움직임도 도외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