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기자 사실확인 안해… 일기 가필흔적/“소문이 기사로 둔갑” 이씨 친지통해 발뺌/잠적 이씨가 전모파악 열쇠여성지 「웅진여성」 12월호에 게재돼 세간에 충격과 파문을 일으킨 「미모의 20대 여성 AIDS 복수극」 기사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지 이틀만에 한 르포작가가 넘겨준 자료를 사실확인도 않고 그대로 베껴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조작된 허구인 것으로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AIDS 복수극 파문의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르포작가 이상규씨(31)가 검찰수사 착수 이후 잠적해 아직 사건의 전말이 상세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지만 7일 하오 검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는 「웅진여성」 기자 조금현씨(32)의 진술과 기타 정황증거들로 미루어 볼때 이 기사는 유흥가 등에서 떠도는 소문을 기정사실화해 보도한 픽션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검찰은 특히 조씨가 제출한 일기장 원본을 정밀검토한 결과 일기장의 곳곳에 한꺼번에 몰아쓴 흔적이 나타나 있고 일기작성후 요일과 날짜가 안맞아 이를 다시 수정한 곳이 눈에 띄는 등 일기장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 또는 가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일기장의 필적과 조·이씨의 필적과의 동일여부를 감정의뢰 했다.
검찰수사 결과 이 기사가 사실확인없이 게재된 것으로 드러나면 관계자의 형사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적용할 수 있는 법규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나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모두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있어야만 처벌 할 수 있는 친고죄이다.
문제일기장에 기록된 고 김동영의원의 유가족들이 9일 잡지사와 기사작성자를 상대로 고소할 뜻을 밝힘에 따라 기사를 작성한 조씨는 물론 일기장을 제공한 이씨도 명예훼손의 공범으로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조씨는 지난 7일 검찰조사에서 『이씨가 지난해 7월 레저신문에 「밤거리의 AIDS공포,감염여인의 복수극 한창」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써 관심을 갖고 있던중 최근 이씨가 이를 증명할만한 일기장을 갖고 있다고 자랑해 이씨로부터 AIDS에 감염됐다는 김양의 사진과 일기장을 넘겨받아 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며 『이씨가 사진과 일기장을 넘겨주면서 모두 사실이라고 자신있게 말해 그대로 썼으며 김양이 실존인물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일기장 등 기사자료를 제공한 이씨는 「웅진여성」측 및 자신의 친지들과 전화통화에서 『웅진여성의 조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AIDS 복수극 호스티스를 주제로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알려준뒤 소설내용에 대해 간단히 애기했을 뿐 실제 있었던 일인지에 대해 알려준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현재 집필중인 소설 「눈꽃」은 레저신문에 재직하던 지난해 7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추적보도한 「밤거리의 AIDS공포…』란 제하의 기사를 소재로 한 것이지만 이것이 사실로 둔갑해 보도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자신과의 관련설을 극구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해 12월 김양의 일기장 복사본과 얼굴사진을 첨부한 기사를 당시 재직중이던 주간연예스포츠에 출고했으나 편집진이 「취재원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게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이씨의 「항변」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이 입수한 이씨의 자필이력서에 의하면 이씨는 지난 82년 2월 부산의 D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84년 군복무를 마친뒤 86년 7월 주간 코리아쉬퍼스저널에 처음 입사했다가 7개월∼2년정도의 간격으로 (주)운송신문 (주)레저신문 등으로 직장을 옮겨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대스타를 꿈꾸던 미모의 20대 여성이 헌혈과정서 AIDS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자신에게 병을 옮겨준 얼굴없는 상대에 대한 복수의 일환으로 감염후 2년간 장관 국회의원 교수 변호사 등 유력인사 40여명과 성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난해 11월 음독자살하며 일기장을 남겼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AIDS복수극이 마치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이같은 내용의 기사로 많은 판매실적을 올렸던 「웅진여성」 AIDS 복수극 파문은 「근거없는 허위사실」로 막을 내릴 전망이 높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여성지의 무책임한 선정경쟁이 빚어낸 조작극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는 이씨가 금명간 검찰조사에 응하게 되면 사건전모를 보다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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