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전면전 겨냥 일단 호흡고르기/수뇌부 담판 미련속 「조용한 설득」도김영삼 민자당대표가 최근 측근을 통해 연내 정치일정 논의중지 의사를 공식 밝힌데 이어 김윤환 사무총장도 정치일정 논의가 내년 1월중순께 시작될 것임을 시사함으로써 민자당내 차기대권 후보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이같은 정치일정의 순연은 단순한 일력상의 차원을 뛰어넘어 대회전에 임하는 각계파의 다각적인 포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그동안 총선전 후보 결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김 대표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본격공세의 시점을 내년으로 미룸으로써 그 진의와 선택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시기
그렇다면 김 대표가 실제 행동을 개시할 시기는 언제일까.
이는 곧 일단 연기된 후보갈등의 표출시점이기도 하다.
물론 여권수뇌부,특히 노태우대통령과 김 대표간에 내밀한 합의가 이루어져 김 대표가 행동에 돌입하지 않고,따라서 후보갈등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황과 징후」로 보아서는 이 가능성을 저울질 하기가 매우 어렵다.
김 대표가 행동을 결심할 경우 그 시점을 내년 1월 하순께로 점치는 견해가 유력하다.
정기국회 폐회후 대권후보 공세를 펴려던 당초 방침을 바꾼 이유중의 하나가 연말연시의 분위기나 내년 1월초와 중순으로 예정된 부시 미대통령 및 미야자와 일본수상의 방한일정을 감안할때 적기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던게 사실이고 보면 내년 1월 하순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여기다 후보문제의 선결을 희망하는 민주계 의원들의 무언의 압력도 김 대표가 더이상 늦출수 없도록 하는 외적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김 대표가 극한대치의 벼랑끝 상황에서 최단기안에 결판을 내기 위해 행동시점을 늦추기로한 연장선상에서 아예 2월초까지 미룰 여지도 없지않다.
실제로 김 대표의 일부측근들은 민주계의원들의 동요만 적정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다면 계파갈등의 폭발직전까지 끌고가 일거에 결판을 내는것이 문제해결의 첩경이라는 계산도 하고 있다.
아울러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고도로 「단순화」시켜 한꺼번에 해결해온 김 대표의 정치스타일로 미루어 2월초설도 그 나름으로 타당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의표를 찌르는 시기포착을 남달리 정치공세의 핵심수순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새해로 들어서자마자 일부의 예상을 깨고 곧 바로 행동을 개시할 공산도 없지않다.
김 대표가 원하든 원치않든 정국이 본격적인 총선국면으로 전환되고 나면 실기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후보공세를 선제포석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지배적이다.
○방법과 내용
김 대표가 행동에 돌입할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우선 상식적으로는 지금까지 수면아래서 해온대로 김 대표측근들이 노 대통령의 측근 및 참모들을 상대로 설득을 계속한 뒤 적절한 시기에 김 대표가 노 대통령과 직접 담판짓는 방식을 상정해 볼 수 있다.
핵심부의 통치권 누수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나 반 김영삼세력의 분위기 등을 감안,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방법이 최선이라는데는 김 대표측에도 이론이 없는게 사실이다.
김 대표가 내부담판 방식을 구사할 경우엔 총선전 후보결정 요구를 정당화하는 특별한 명분창출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오히려 권력지분의 양보 등 후보결정에 따른 조건제시가 담판의 골격을 이룰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핵심부나 반 김세력의 입장이 여전히 완강해 총선전 후보결정 관철불가의 최종 판단이 서게되면 공개적인 방식으로 급선회할 수 밖에 없다.
김 대표가 공개적인 방법을 택할 경우에는 후보결정에 따론 조건제시보다는 총선전 후보결정의 필요성을 설명해줄 수 있는 명분창출을 심각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공개적인 방법이란 따지고 보면 핵심부를 비롯한 권력층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한 정치공세와 유리한 여론조성으로 핵심부를 압박하는 과정일 수 밖에 없는 만큼 그만큼 정교한 명분창출이 선결과제인 셈이다.
명분창출과 관련해 현재 무게있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자유경선 수용 가능성이다. 예컨대 총선에서 압승,정권재창출의 가도를 열자면 총선전 후보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아래 그러기 위해선 사전 조정이 최선책이지만 비민주적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있고 특히 민정계 일부에서 자유경선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를 수용하겠다는 선언 등을 예상할 수 있다.
당내 소수파임에도 불구,자유경선을 수용하게 되면 대권욕이라는 일부 비난서 벗어나면서 무리없이 후보갈등 국면서의 주도권 장악과 함께 총선전 후보결정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엔 물론 민정계가 단일후보를 옹립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판단,민정·공화계 일반의원들이 계파적 이해에 앞서 의원재당선 가능성 여부라는 현실적인 잣대로 후보결정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계산 등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측은 특히 민정계 일각에서 타협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총선전 후보가시화 방안의 비민주성·비현실성도 함께 부각시킴으로써 분당 등 독자행동을 명분상 어렵게 하는 빗장도 풀어버리는 부수효과도 얻을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선택 경우의 수
김 대표의 주장인 총선전 후보 공식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 대표는 두가지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첫째는 노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6공말기의 정국운영 기조에 순응해 총선후 후보결정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김 대표는 총선승리 및 노 대통령의 레임덕현상 최소화에 협조하는 대신 5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후보지명을 담보할 수 있는 분명한 전제 조건들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조건으로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은 ▲당운영 과정에서 김 대표의 역할을 제고하고 당총재가 이를 기정 사실화하는 이른바 「후보가시화」 ▲김 대표의 효용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장치(예컨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일정 확정) 설정 등이다.
최근 노 대통령과 김 대표가 『총선이 끝나면 계파개념이 없어질 것』 『이번 총선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계파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거듭 언급하는데서 민주계는 이같은 절충방식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방안의 현실화엔 보다 복잡한 여권내 사정과 정서적 문제가 얽혀있다.
따라서 후보문제가 총선후로 넘어갈 경우 보다 현실적으로 점쳐지는 것은 궤도이탈이다. 김 대표의 이탈이 그의 정치적 거취는 물론 여권 정국구도에 미칠 폭발성 때문에 어느 계파도 이 경우를 선뜻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눈치이다.
궤도이탈시 상정해볼 수 있는 김 대표의 행보는 크게 2가지. 3당합당에까지 이른 그의 정치적 야심이 당내 역학관계로 인해 좌절될 경우 그의 행태는 대여 적대적 일수 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궤도이탈의 기본적 방향은 여권의 정국구도에 최대한의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것이며 이는 곧 탈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당내에서 백의종군 또는 여권내 비토세력으로 남아있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김 대표의 정치행태를 보아온 민주계와 상당수 민정계의원들은 이런 관측에 희의적이다.
때문에 탈당이후 그의 구체적 행보를 점쳐보는게 더욱 현실적이라는 얘기. 현재 김윤환총장 등이 상정하는 것은 ▲정계은퇴 ▲탈당후 새 야당창당 ▲기존야당과의 합류 등 3가지. 이중 김 대표 개인 입장에서 보면 첫째 방안이 대국민 명분상 보다 적절할 수 있으나 그가 규합할 수 있는 정치세력 등을 감안하면 현재로 후자의 2개 방안을 점치는 견해가 더욱 우세하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지 자칫하면 여권과 자신의 공멸을 자초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선택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데 김 대표의 고민이 있다고 해야할 것 같다.
김 대표가 결국 조건없는 5월 지명대회를 수용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민정계 일각의 관측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불투명한 전망
후보구도의 최대관건인 노 대통령의 의중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국면은 김 대표와 반 김세력이 상대방의 선택을 요구하는 암중모색의 형국으로 요약된다.
특히 김 대표측은 지난달말까지 「총선전 후보결정」 입장에 근거한 이론적 공세와 현실적 파워게임 스케줄을 내부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퇴로없는 외곬의 길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반면 민정계 등은 여권 핵심부가 총선을 통한 정치구조의 재편,구체적으로 개헌 등의 권력구조 개편에 여전히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판단하며 김 대표측의 일방적 드라이브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있다.
김 총장이 거듭 『1월중 당 수뇌부간의 협의에 따라 후보구도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면서 『분당은 막아야 한다』고 언급하는 배경에도 이같은 두 세력간의 긴장관계가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정치그룹 등 당내 일부세력은 김 총장의 후보사전조정 시사발언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파워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자당의 후보문제는 1차적으로 당수뇌부간의 담판식 협의에 의해 결정될 수 밖에 없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3당합당 이후 2년동안 계속돼 온 여권의 대권게임은 이제 막바지 힘겨운 고비길을 치닫고 있으며 이에따라 김 대표도 30여년 정치역정을 결산하는 선택을 앞에 두고있다.<김종래·이유식기자>김종래·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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