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이미지 조사·「별동대 조직」/“제2의 삶 살겠다” 희수연 발언도/“동생 세영씨냐 2세 몽구씨냐” 후계향방 주목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경영일선으로부터의 은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내의 실무팀이 정 명예회장의 개인재산중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중심으로 계열사 종업원과 아산 사회복지사업재단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정 명예회장의 은퇴가 기정사실로 굳어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의 은퇴는 모든 업무로부터의 퇴진이 아니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무대를 옮겨 정치활동(적어도 사회활동)을 펼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변신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정계진출 가능성을 엿보게하는 심상치 않은 단서들이 정 회장과 현대그룹 내부에서 그동안 간간이 흘러나와 고급정보망에 포착되곤 했다.
이런 단서들은 사실 지난해부터 하나둘씩 흘러나왔으나 그때만해도 정계진출 가능성과 결부시켜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가 올들어 그 빈도와 색채가 짙어지면서 「충분한 가능성」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재계의 정통한 소식통은 이와관련,정 회장이 정치적 야심을 실행단계로 옮기고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월부터 였다고 말하며 이를 증거할만한 「사실」들을 열거하고 있다.
우선 정 회장의 측근들이 올들어 2차례에 걸쳐 정 회장과 관련해 정치적 냄새를 풍기는 여론조사를 은밀히 실시했음을 지적한다.
지난 봄부터 여름 사이에 있었던 이 조사는 한번은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이 실시했는데 조사내용은 각계각층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 회장이 정계진출을 한다면 어떻게 보느냐』는 식의 것이었다. 이 여론조사결과 정 회장의 정계진출 이미지는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다른 조사는 금강기획이 아닌 모기관을 통해 실시됐는데 이는 정 회장 개인 이미지를 묻는것이 아니라 서울지역 등의 유권자 성향을 분석키 위한 것이었다는 후문.
○…정 회장측은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정치행보를 위한 「별동대」를 그룹내부에 조직,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룹의 웬만한 간부들도 이 조직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나 조직의 「정체」 및 팀장,사업내용 등에 관해서는 최고위 간부들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이 별동대는 베일에 가려있다.
○…정 명예회장의 정계진출 가능성은 최근의 잇단 발언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7일 대구에서 열린 여성교양 강좌에 참석했을 때는 정계진출에 대한 질문에는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업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으나 같은 달 29일 대구지역사회학교 페스티벌에 참석해서는 『기업가도 국민의 한 사람이며 경제발전에 공헌한 사람이 정치발전에도 공헌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그의 정계 입문설을 뒷받침할만한 발언을 비쳤다.
○…정 명예회장의 정계진출 가능성을 가장 강하게 엿볼 수 있었던 것을 희수연에서다.
그는 지난달 25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희수연에서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며 제2의 인생을 살겠다』 『활력에 넘치는 정의사회·복지국가 건설과 모든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던 것.
○…현대의 「포스트 정주영체제」가 또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현대그룹엔 정 명예회장의 실제인 정세영씨가 그룹회장으로서 경영전반을 끌어가고 있고 정몽구 현대정공 회장(정 명예회장 차남) 등 2세들이 계열사 경영주로서 포진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최근까지 2세들에게 곧바로 경영대권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그룹내에서 정몽구회장의 영어 첫문자를 딴 MK사단이 커다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차기 경영권의 향방이 유동적인 상태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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