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연재 「원동 시베리아탐험」 후속답사 일환/“절종위기 가창오리 목격 행운/서울등 새 희귀… 보호지구 시급”시베리아의 두 소련인 학자가 그곳 철새들의 월동지를 찾아 한국에 왔다. 소련 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태평양지질연구소의 유리 쉬브네프씨(40)와 블라디미르 보차르니코프씨(32) 등은 한국일보사와 경희대 조류연구소의 초청으로 지난달 24일 내한,한국의 철새 도래지를 답사하는 등 2주일 정도의 바쁜 연구활동을 마쳤다.
두 학자는 지난 6월8일부터 한국일보사와 양국의 두 연구소가 주축이돼 구성한 한소 공동조류 조사단에 소속돼 한달동안 「원동 시베리아탐험」을 했던 사람들이다.
이번 방문은 원동 시베리아를 떠난 황새 흑두루미 등의 월동지를 조사하기 위한 1차 답사. 두 학자는 방한기간에 한국조류 학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으며 낙동강 하구와 주남저수지 등에 들러 철새들의 월동상태와 주위환경 등을 살펴보았다.
이들은 두 지역에서 4만여마리의 각종 철새들의 화려한 군무를 보고는 시종 흥분을 삭이기 힘들었다.
원동 시베리아지역에서 알에서 깨어나 자란 새들이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이곳 한반도의 끝에서 수만마리씩 모여 비상하는 모습은 이들에게 벅찬 감동을 주었다. 특히 주남저수지에서 절종위기에 있는 가창오리 2만여마리를 한꺼번에 목격한 것은 소련인 조류학자들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가창오리는 시베리아 북단이 번식지로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한 월동지다.
경희대 원병오박사와 두 학자 일행은 주남저수지에 도착했을때 저수지 제방의 풀을 일부러 태우고 있는 광경을 보고 현지인들을 설득,즉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보차르니코프씨는 모스크바 농업대학의 수렵생물과를 졸업한 뒤 줄곧 오리 기러기 고니류 등을 연구해온 수금류(물새)의 권위자로 절종위기의 호사비오리에 관한한 세계최고의 연구업적을 낸 「신세대 소련학자」다.
또 쉬브네프씨는 연해주 하바로프스크시 남쪽의 비킨강을 끼고 있는 마을에서 태어나 그 지역 생물교사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원시자연의 숲속과 강에서 「타잔」처럼 자라나 연해주 우수리스크시의 사범대 생물학과를 나온 행동파 학자다. 새의 울음소리,발자국만으로도 단번에 종류나 이름을 알아내는가 하면 사진작가로도 유명해 직접 숲속을 누비고 다니며 시베리아 호랑이나 표범,각종 곤충과 새들을 찍어 출판했다.
8일 서울을 떠나는 두 학자는 『서울에 온지 1주일동안 새라고는 까치 1마리만 보았을 뿐』이라며 『도시근처에 아무도 훼손할 수 없는 자연보호지구를 만들어 성역화 하다시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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