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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50년/김수종 뉴욕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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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50년/김수종 뉴욕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1.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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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기습 50주년을 사흘앞둔 4일.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호눌룰루로 오는 비행기에는 일본관광객들 틈에 일단의 미국 노인들이 타고 있었다. 주름이 깊게 팬 이들 노인들은 모두가 「PEARL HAR BOR SURVIVOR」라고 쓰인 모자들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바로 50년전 일본의 기습공격서 살아 남았던 생존자들임을 쉽게 판별할 수 있었다. 비행기가 오아후섬에 접근해오자 이들 노인들은 사뭇 심각한 얼굴을 창문에 대고 두리번 거렸다. 비행기가 방향을 들면서 눈아래 진주만과 히캄공군기지가 선명히 들어오는 순간 노인들 입에서는 『음­』 하는 가벼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기자의 옆좌석에 앉은 노인은 정신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고향이 위스콘신인 그 노인은 『기습당시 전함 네바다호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천여명의 병사와 함께 수장된 전함 애리조나호와 나란히 정박됐던 군함이었다.

비행기를 가득 메운 일본인 관광객들과 태평양전쟁의 발발을 체험했던 진주만 생존자들을 동시에 본다는 것은 기묘한 광경이었다.

미국 본토에서 약 4천㎞ 떨어진 하와이는 진주만 기습후 50년이 지난 지금 역사적인 아이러니 속에 있다. 일본자본과 관광객이 없이는 살아갈수가 없는 곳,그곳이 바로 하와이인 것이다.

하와이주지사는 해마다 일본을 찾아간다. 관광객 유치로비를 벌이기 위해서다. 심지어 히로히토 일왕이 죽었을땐 반기를 거는 일본의 「신식민지」(?)이기도 하다.

인구의 25%나 점하고 있는 일본계는 돈을 갖고 들어오는 일본 관광객과 더불어 하와이의 구석구석에 스며있다. 돈만이 아니라 모든면에서 그들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10년전까지만해도 일본인 관광객이 진주만 관광은 피했으나 이제는 그런 경향도 없어졌다. 일본과 미국이 섞여있는 하와이의 모습에서 일본의 힘과 급변하는 미일관계의 한 단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호놀룰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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