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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진실/홍윤오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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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진실/홍윤오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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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필적감정가까지 증인으로 출정시켜 사법사상 최장의 마라톤 재판을 강행하는 등 진기록 속에 올 하반기동안 공방전이 계속돼온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대필사건은 혐의를 받고있는 강기훈피고인(27)에 대해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함으로써 법원의 사법적 판단만 남게됐다.수사착수 이후 검찰과 재야측이 팽팽히 맞서온 이 사건은 11차 공판으로 결심이 이루어졌으나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진실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법원의 유죄판결만 나오면 검찰은 과연 할일을 다한 것이 될까.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유·무죄만 가릴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법의 궁극적 이념을 정의의 실현이라고 했을때 여기에는 반드시 만민이 납득할 진실의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이 내세우고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 결과나 몇가지 정황증거들이 재판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진실을 밝히기에는 부족하다. 검찰은 당초 대정부 투쟁의 확산과 국민적 호응을 유발하기 위해 자살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발표했었다.

그렇다면 검찰은 명예를 걸고 그에 걸맞는 진실규명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검찰이 계속해서 「공소유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진실규명을 바라고 있는 국민들의 혼란은 가셔지지 않을 것이다.

변호인과 재야측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조직적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이를 받아썼다』는 일부 질책은 『언론만은 항상 깨어있으라』는 충고와 호소로 받아들이겠지만 김씨 분신 자살당시에는 『혹시 어둠의 세력이 진짜 있는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던 것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검찰의 발표가 황당무계한 「조작극」이라면 이를 논리적으로 뒤집을만한 증거들을 제시했어야 했다.

수많은 전대협 소속 학생들이 유독 이 사건 재판에서만은 별로 눈에 띄지않아 법정이 썰렁했던 점도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다.

결국 재판부나 검찰,변호인 모두 「신이 해야할 일을 인간이 대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로 문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모두가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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