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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암항공사 끝내 “공중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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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암항공사 끝내 “공중분해”

입력
1991.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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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델타」서 자금 지원… 울먹이며 “파산” 발표/“64년 전통 미 최초 민항”… 판도 크게 바뀔듯상업항공시대의 개척자인 미 팬암항공이 지난 수개월에 걸친 각고의 회생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러셀 레이 팬암항공사 회장은 4일 울먹이는 목소리로 『오늘 우리는 그 이름이 미국역사에 영원히 남게될 한 항공사의 종말을 보고있다』며 팬암의 종언을 선언했다.

레이 회장이 팬암의 운항중단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을때 지난 64년 동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팬암항공기들은 이미 공중에 떠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상에 발이 묶여있었다.

경영부실과 수년간의 누적된 적자로 인해 결국 「파산선고」를 받고만 팬암의 몰락은 세계항공계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팬암의 몰락은 전세계에 걸친 운항노선을 갖고 위세당당하던 초대형 항공사도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살아남을수 없다는 냉엄한 「하늘의 적자생존원칙」을 또한번 일깨워 준 것이다.

▷도산과정◁

걸프전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항공산업 전반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팬암은 지난 1월과 11월에 각각 파산한 이스턴항공과 미드웨이항공에 이어 올해 미국에서 도산한 세번째 항공사가 됐다.

팬암은 사실 80년대초부터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방만한 경영과 투자부진으로 후발항공사에 뒤처지기 시작한 팬암은 지난 10년간 뉴욕 팬암빌딩과 인터내셔널호텔 체인을 매각하는 등 감량경영을 시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팬암의 몰락은 동서냉전 종식이후 점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미국내 군축움직임의 영향도 없지않다. 잇단 군축조치에 따른 해외 주둔미군 감소는 결국 그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확보해온 팬암의 수입감소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88년 12월21일 팬암의 런던발 뉴욕행 보잉 747기가 영 스코틀랜드 록키 비상공에서 공중폭파당한 사건은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팬암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팬암은 지난 10월 소유지분의 45%와 해외운항권의 대부분을 델타항공에 넘기고 델타항공은 그 대신 뉴욕에서 마이애미로 본사를 옮겨 중남미 노선에 치중하려는 새로운 팬암 개편안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팬암의 마지막 자구노력도 델타항공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결국 허사가 되고 말았다.

윌리엄 베리 델타 항공대변인은 『밑빠진독에 돈을 계속 쏟아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팬암에 대한 추가자금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델타 항공측은 팬암의 하루손실만도 2백만달러에 이르고 예약마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팬암의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팬암측은 트랜스월드에어라인(TWA) 항공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아 위기를 모면하려했지만 이 마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역사◁

팬암은 27년 미국최초로 창립된 민간 항공. 28년 플로리다연안과 쿠바에 취역한데 이어 민간항공사로서는 가장 먼저 태평양과 대서양항공 노선을 신설하는 등 30년대에는 세계최고의 항공사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현재 세계 48개 도시에 7천5백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팬암은 조만간 다른 항공사에 인수될 것이라고 미 교통부는 밝혔다.

팬암의 전속변호사들은 『델타가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최고역사의 팬암을 저버렸다』며 델타의 발빼기작전을 비난하고 있다.

후안 트리페가 창립한 이래 반백년을 휠씬 넘는 장구한 기간동안 전세계의 주요 공항을 누비고 다닌 팬암의 도산은 세계항공시장의 판도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몰고 올것이 분명하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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