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독설에 평소 잇단 “입방아”/경제비판여론 무마 「희생양」으로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역을 자처해온 존 수누누 대통령비서실장(52)이 3일 사임했다. 88년 11월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줄곧 비서실장을 맡아온 수누누는 특유의 독설과 소신으로 워싱턴의 파워게임 격랑을 헤치며 보스인 부시의 깨끗한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때문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국 경제사정의 책임이 부시에게 퍼부어지고 있는 시기에 그의 사임은 떨어지는 부신의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시리아계인 수누누의 이름은 아랍어로 「참새」를 뜻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재임기간동안 쉴새없이 세인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적 분위기를 풍기던 역대 비서실장들과는 달리 걷어 붙인 소매에 풀어헤친 넥타이 차림의 수누누는 민주당내의 정적은 물론 공화당 원로에게까지 건방질 정도의 발언을 거침없이 해대 안팎으로 미움을 샀다. 물론 그의 이러한 행동뒤에는 부시라는 「방파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햄프셔주지사 시절 공화당 대통령지명전에 나선 부시를 지원해 후보자격 획득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수누누에 대한 부시의 신임은 두터웠다.
그러나 걸프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국내경제가 침체국면을 헤어나지 못한채 허덕이자 사정은 돌변했다. 한때 절대적 지지를 받던 부시는 92년 대통령 선거를 11개월 앞두고 여론지지도에서 50% 이하로 인기가 급락하자 충격요법적인 「속죄양」이 필요했던 셈이다.
때마침 수누누는 뉴욕증시를 폭락케했던 부시의 크레딧카드 이자율 인하정책을 둘러싸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불경」을 저질렀다. 수누누는 인기없는 이 정책이 자신의 안이라고 덮어쓰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옮긴 것뿐』이라는 정도를 넘어선 발언을 했다.
워싱턴과 언론은 선뜻 희생양으로 수누누를 지목했다. 수누누 자신도 자신이 최대의 표적임을 알았다.
그는 부시를 수행해 플로리다로 가는 대통령전 용기상에서 사임서를 썼다. 모두 5장의 장문으로 된 사임서에서 그는 『나의 직무상책임은 대통령과 함께 정책과 그를 향한 모든 「화살」을 논의해 대통령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있었다』며 사임변을 담고있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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