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미스터리 풀릴까/미궁속 항로이탈 이유·인지여부 새 관심/미 언론선 당시 미 경보체제등 계속 추적【워싱턴=정일화특파원】 2일 미연방 대법원이 최종판결한 KAL007기 사고의 「고의적 과실」(Willful misconduct) 인정은 지금까지 미스터리에 쌓여있는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큰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2백69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민간항공기 KAL007기를 로켓탄 2발로 날려버린 이 사건이 8년간의 긴 재판결과 고의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결말났다면 응당 그 고의의 저의와 결과가 규명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난 83년 9월에 일어났던 이 비극적 사건은 8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에서는 거의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보상문제도 해결됐고 사건직후 국내외에서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역사속으로 파묻혀 가고있다.
그러나 미국에는 이 사건을 끈질기게 쫓는 그룹이있어 미스터리가 풀어지지 않는한 좀처럼 손을 떼려하지 않고있다.
바로 지난 10월에도 시카고에서 발행되는 보수계 월간지 뉴 아메리칸은 14페이지에 달하는 KAL007기 사건 특집을 통해 『왜 유독 이 사건은 아직 시체 한구 찾지못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가』라며 심층분석 기사를 실어 주목을 끌었다. 또 리더스 다이제스트지도 11월초 『KAL007기 사건은 무언가 감춰져있다』는 가설아래 그 비밀을 추적하는 기사를 실었다.
11월8일 작가 제임스 골린스는 30년 항법 조종사겸 엔지니어 경험을 가진 로버트 알라다이스와 함께 지난 8년간 추적한 사건보고서를 약 3백페이지에 걸쳐 완성한 후 이를 의회,정부 관계자들에게 배포했다.
현재 이 사건추적에 깊이 관여돼 있는 상원의원만 해도 짐 브래들리(정보위원장) 에드워드 케네디,샘 넌(조사위원장) 칼 레빈 등 4명이나 되며 이들은 공·사적 채널을 통해 고르바초프 셰바르드나제 등과 접촉을 하고있다.
이들은 KAL사건을 묻기위해 고르바초프,셰바르드나제 등에게 적어도 2회 이상 서신을 보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남겨져 있는 두가지 큰 의문은 첫째 왜 KAL007기가 2백마일 이상항로를 이탈한채 5시간이나 비행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고,둘째는 2백69명이 사망한 KAL007기의 시체가 왜 단 1구도 발견되지 않느냐이다.
세계 항공사고의 어느 것도 이 두가지 의문을 다같이 감추고 있는 것은 없다. 대서양,인도양의 어느 깊은곳에 추락한 항공기도 결국에는 생존자 아니면 시체라도 떠올렸었다.
미 대법원의 결정은 이 사건의 두가지면에 관한 것이었다.
하나는 형벌배상(Punitive damage)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의적 과실(Willful misconduct)에 관한 것.
83년 9월 KAL007기 사고가 나자 대한항공측은 이 사고가 바르샤바항공협정(1929년)에 따른 우발적 사고로 보고 유족들에게 협정에 규정한 1인당 7만5천달러의 기준액을 훨씬 넘는 10만달러 상당의 보상을 받고 이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것을 유족들에게 제의했었다.
한국 일본 대만지역의 유족들은 이 제의를 대부분 받아들인 반면 미국측 희생자 1백9명의 유가족 1백36명은 이 사건이 고의적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형법적 배상과 민사상의 경제적·비경제적 손실보상을 다같이 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제1심은 유가족측의 주장이 올바르다고 판단해 원고측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제2심인 워싱턴 고등법원은 고의적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에 대해 형벌적 배상(총 5천만달러)을 요구하는 것은 바르샤바협정에 위배될뿐 아니라 그런 국제관례가 없다는 근거아래 이를 부분패소시켰던 것이다.
위싱턴 고등법원의 결과를 갖고 KAL측과 유가족은 다같이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결국 대법원 판결은 사건번호 91∼547의 고의적 과실은 인정하고 사건번호 91∼251 형벌적 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은 고등법원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는 결과이다. 연방대번원은 9명 대법관중 최근 임명된 클레어런스 토머스 판사는 이 사건심리에 개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그는 고등법원 판사로 있는 동안 이 사건을 판결한 3명 판사중의 한사람이었기 때문에 편견을 덜기위해 이 사건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 판결은 KAL측을 현행 국제법 관례를 넘어 형벌적 배상을 하게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이 KAL측의 고의적 과실에 의한 사고이기 때문에 이 사고로 인해 유가족이 입은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은 법적절차에 따라 얼마든지 청구할 수 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뉴욕에 있는 미국 KAL007기 유가족협회는 유가족 개인당 얼마만큼의 보상금을 요구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유가족 1가구가 입은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은 적어도 수백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측이 주장해 연방 대법원에 이르기까지의 법률심사 과정에서 인정된 「고의적 과실」의 근거는 KAL007기가 만일 고의적 과실이 아니었다면 적어도 제1비행보고지점(베델)이나 제2비행보고지점(나비)에서 궤도수정을 하든지 아니면 앵커리지로 되돌아 올수 있었으며 응당 되돌아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KAL007기는 베델에서 이미 항로가 이탈됐으며 이는 나비에서 KAL기 스스로 이를 알고 있었다는 여러가지 증거가 있다고 원고측은 주장해왔다.
제임스 콜린스 로버트 앨러다이스의 공저 보고서는 좀더 색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군사 레이더자료를 포함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일본 레이더자료 등을 낱낱이 뒤져 KAL007기는 베델에서부터 확실히 항로를 이탈하게 됐는데 이 이탈사실을 KAL007기보다 15분 후에 출발해 같은 R20항로를 날던 KAL015기가 이 사실을 은폐내지 방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뿐만아니라 KAL007기는 앵커리지 이륙 불과 40분만에 항로를 크게 이탈해 베링해의 미소군사 완충지대를 뚫고 들어갔으나 미군사 조기경보체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언제부터 무슨 목적으로 민간항공기를 이 완충지대에 들어가도록 허용했는지가 곧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스보고서는 KAL007기 항로이탈이 모종 정보수집업무에 관련돼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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