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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품 퇴조/김영환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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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품 퇴조/김영환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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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피가로지는 현대사건에 즈음한 한국경제특집에서 「권력과 재벌의 팔씨름」이란 제하에 정부가 재벌의 영역축소에 나섰다고 분석했다.피가로지의 「현대사건」 분석은 논외로 하고 이 잡지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였다. 1백억달러를 돌파,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무역적자는 통일의 미래상도 어둡게 한다. 서구 어디나 그렇지만,지구촌 모든 나라의 제품을 목격할 수 있는 프랑스의 대형슈퍼에서 한국제품이 밀리는 양상은 완연하다.

우리는 흔히 카메라 비디오 컬러TV 컴퓨터 등을 들먹이면서 상위 전자공업국이라고 으스대지만 이미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파키스탄 터키 등이 맹추격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 제품은 외관상 차이는 없는데 값은 엄청나게 싸다. 소니는 물론 필립스 그룬디히 등 선진국 유수의 기업들이 저임의 현지 생산을 늘리면서 우리의 영역을 조금씩 먹어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엘 코르테스백화점에서는 오리엔트상품 기획전을 열었다. 일본 홍콩 중국 한국 등이 소개된 점내에서 한 교민이 발견할 수 있었던 국산은 비디오테이프와 카셋라디오가 전부였다는 설명이다.

대만이 올해도 1백수십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누리며 『우리 제품의 저렴한 가격은 우수한 품질에 연결된다』는 이미지 광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보다 약 2배나 많은 품목으로 시장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이는 또 대기업들이 외면하는 각종 제품의 소량주문을 성실하게 현대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끈질기게 관리해온 그간의 숨은 노력때문일 것이다.

이제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우리는 과연 일본형의 하이테크상품으로 끈질기게 나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우리의 기술은 솔직히 그런 형편이 못된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대만형의 수출방식으로 어느정도 조정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중소기업이 만들어내는 소량다품종으로 무역장벽을 넘고 일본과의 경쟁을 피해 시장을 파고들어 흑자기조를 정착시켜 자주적인 고도기술의 여력을 기르는 외에 딴 길이 없는 것 같다.

피가로지는 이렇게 말했다. 『다대한 연구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보다 항상 낙후된 단계에 있는 한국제품의 경쟁력은 앞으로 시장의 질적요구에 대한 적응여부와 창조성에 좌우될 것이다』 우리 지도자들이야말로 총선 먼저냐 대통령후보 지명이 먼저냐를 따지기에 앞서 이 나라가 그 보다 훨씬 급한 사활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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