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신연방엔 저의” 반대/경제적 한계… 「EC화」 소지도/재쿠데타·민족갈등 노골화등 우려도 많아소련 2대 공화국인 우크라이나공화국은 지난 1일 독립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9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음으로써 「항로」를 분리독립으로 고정시켰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연방의 장래를 붕괴쪽으로 기울게 했으며 이에따라 국제정세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연방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다하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위상은 한층더 「의전대통령」으로 굳어졌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중앙이 존재하는 기존 소련연방체제에서의 분리는 분명한 것 같다. 첫 직선대통령으로 선출될 크라프추크가 축하전화를 건 고르바초프에게 우크라이나의 연방잔류를 명백히 거부했다는 사실이 우크라이나의 탈소 노선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인구 5천1백70만명,1천기의 핵탄두보유에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나가 떨어져나갈 경우 소련연방은 사실상 「속빈 강정」으로 전락하게 된다.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없는 연방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우크라이나 독립은 러시아의 불참과 연방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연방의 완전결별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크라프추크 신임대통령이 『러시아를 비롯한 소련내 다른 공화국들과 쌍무협상을 맺을 용의가 있다. 기존 구소 연방과도 경제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한 점을 유의해볼만하다는 주장이다. 즉 선거분위기에 편승해 크라프추크 등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독립을 공개적으로 외쳤지만 내면적으로는 현실적 한계를 잘 알고있다는 것이다. 석유·천연가스 등 주요에너지를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보유금이나 외화가 전무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가 말로만 독립을 외친다고 실질적인 독립을 획득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지난달 29일 러시아·우크라이나를 포함한 11개 공화국 실무자들이 공화국군 인정·핵중앙통제를 골자로 하는 「집단안보조약」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어떤 형태로든 소련이라는 틀에 발을 걸치려는 우크라이나의 의도를 엿보게 해준다.
그러나 이같은 징후만으로 우크라이나가 연방에 잔류하리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독립을 지지한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을뿐 아니라 그리네프 우크라이나 최고회의 부의장 등 대다수 지도부가 『고르비의 신연방조약은 이미 무너진 연방의 힘과 제도를 다시 일으키려는 저의를 가지고 있다』고 탈소 노선을 공식화하고 있다. 서방의 일부 전문가들은 독립대세와 현실적 어려움을 배경으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소련의 각 공화국들이 상호긴밀한 경제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소련판 EC(유럽공동체)」를 구성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한다.
이 경우 한세기동안 세계의 절반을 이끌어왔던 초강대국으로서의 소련은 사라지고 진정한 의미의 「주권국가연합」이 탄생하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소련사태가 진행될 경우 소련의 「옛영광」을 되찾자는 세력의 반격이 시도될 가능성도 높으며,공화국간의 영토 및 민족갈등이 재폭발할 우려도 크다. 특히 민족갈등이 노골화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등에 산재된 핵무기가 비극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우크라이나 독립과 관련해 쿠데타음모 및 민족분규를 경고한 점이나,유럽공동체 외무장관들이 2일 군축협정준수 및 핵무기의 안전조치를 촉구한 사실이 이같은 배경에서 이루어졌다고 볼수 있다.
서구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독립을 대세로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몸짓을 보이고 있는 것은 소련연방의 붕괴가 초래할 정치·경제·군사면에서의 예측하기 어려운 파장때문이다. 특히 유럽통합을 목전에 두고 있는 서유럽국가들은 「동쪽 저편에서 들려오는 파열음」이 마냥 곤혹스러운 것이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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