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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검소하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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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검소하게(사설)

입력
1991.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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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한해였다고 할까,달려오는 세모엔 우수가 실렸다. 세월의 빠름보다 세월의 험난을 더 아프게 느끼는 그런 나날들을 살아왔다. 저무는 올해를 돌아보는 마음엔 감상 따위는 끼어들 여지조차 없을것 같다. 각박한 1991년이 지금 물러가고 있다.지나간 한해의 회상은 뜬구름처럼 허탈하다. 이것이라고 딱 부러지게 내세우고 보일만큼 이뤄놓은 것은 드물고,열병을 앓고난 후유증이 세밑까지 꼬리를 내민다. 이러한 증상을 크게 요약하면 두가지다. 주름살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경제현실과 규범의 혼돈이다.

과소비의 열풍이 한바탕 몰아치면서 궂은일 하기를 꺼리더니 급기야 제조업엔 인력난의 한파가 밀려왔다. 되도록 쉽게 벌어 쉽게 쓰자는 풍조이다. 덩달아 생활과 사회규범이 크게 흔들려 부패와 반인륜의 범죄가 세상만난듯 활개를 쳤다. 비뚤어진 성향의 불길이 얼마나 어떻게 더 번질지 예측조차 어렵게 할만큼 우리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이만한 긴장감이 전환의 단초가 될수 있음을 확신한다.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겠으나 국민의 자각이 과소비를 서서히 진정케하고 있음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다시 일하자는 의욕이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불씨를 이번 세모에 소중하게 다루고 키워가야 함이 우리 모두의 합의여야하고 사명으로 알아야 할것이다.

다행히 그런 움직임이 표면화하고 있음을 주시할만하다. 송년의 모임이니 망년회니하는 들뜬 세모의 분위기에 자중의 노력이 스며들고 있음이 역력하다는 소식이다. 우선 호텔중심의 대규모 연회가 줄어들면서 작은 모임의 예약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과소비 억제의 시책과 자각,그리고 냉각되는 경기가 이런 현상을 빚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이유야 무엇이든 결과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수 있다.

어찌 호텔모임뿐 이겠는가. 쓸모없는 거품을 쓸어내자는 것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사회·개인생활 전반에 걸쳐 검약과 검소의 미덕을 되살려내야 한다. 내년의 전망은 몹시 불투명한데다 4대 선거까지 겹쳐진 난관이 가로놓여 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세모에 흥청거릴 소지가 많다. 중심을 잃고 쏠리다보면 무서운 후회가 남게 마련이다. 자잘한 인사치레라도 한번쯤 낭비가 없는가 따져 봄직하다. 연하장 한장이라도 아끼고 절약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올해의 세밑은 예년과 달라야 한다는 각오를 미리 다져둘만 하다. 금년에 비해 더 어려운 새해가 밝아옴을 똑바로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모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바로잡음이 앞서야 한다.

새해의 희망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 긴장감을 갖고 현실을 타개해 나가면 지금의 고난과 왜곡은 극복되리라 믿는다. 이것을 송년의 소망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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