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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미궁속 「고의적 과실」 판정/KAL사건 미 대법 판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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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미궁속 「고의적 과실」 판정/KAL사건 미 대법 판결 의미

입력
1991.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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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정부 침묵 일관… 사건전모 못밝혀/유족측,보상금 청구 민사소송 길 열려지난 83년 9월 발생한 KAL 007기 피격사건과 관련해 미 연방대법원이 2일 KAL측의 고의적 과실(Willful Misc­onduct)을 인정하는 미 고등법원의 판결을 최종 확정함으로써 말썽많던 KAL 피격사건은 이제 8년3개월여에 걸친 지루한 법률논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그러나 미 연방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KAL측의 고의적 과실을 인정하고 보상금청구를 위한 민사소송의 길까지 터 주었다는 점에서 국내외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킬 조짐이다.

항고사고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KAL 피격사건은 무려 2백69명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고 피격원인에 대한 의문도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고를 소련 공군기의 공격에 의한 우발사고로 간주하고 최근까지 위로금 등 희생자 1인당 총 10만달러를 지급하는 선에서 합의를 모색해온 대한항공측은 미합의자들과 합의를 보든지 아니면 소송을 통한 법정보상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현재까지 1백33명의 한국인과 상당수의 일본인 유가족들은 대한항공과의 합의로 사건을 종결지었으나 나머지 1백36명의 미국인 희생자측은 KAL사건이 대한항공측의 「고의적 과실행위」에 의한 것이라며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합의를 거부해왔다.

미 연반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미국피해 유가족에 유리하게 KAL기 참사의 법률적 책임이 고의적 과실을 범한 대한항공측에 있음을 최종 확인해 주었다. 연방대법원은 이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관례」를 들어 KAL측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미 연방대법원은 대한항공측이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5천만달러의 징계배상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연방고등법원의 또다른 판결도 함께 확정함으로써 대한항공측의 배상의무를 면제시켰다.

사실 KAL 피격사건의 진상은 이번 이 연방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베일속에 가려질는지도 모른다.

KAL 007기가 피격된 사할린 인근지역은 미소 두 강대국이 최첨단전자장비를 동원해 철옹성을 구축해놓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는 쉽사리 공개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KAL기 사고진상조사위의 덴 히데오 참의원의원은 지난 89년 『미 레이건행정부는 많은 귀중한 인명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며 『KAL피격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대해 레이건 전 미대통령은 90년 11월 발간된 자서전을 통해 『소련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KAL 007기가 첩보임무를 띠고 있었다는 소련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소련측은 사고비행기가 민간항공기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사고경위에 대한 결정적 단서가 될 KAL 007기의 블랙박스가 이미 소련당국에 의해 인양돼 보관중인 만큼 미소의 적극적 협조가 있을 경우 멀지않아 사건의 진실이 어느정도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연방대법원의 이번 확정판결은 KAL 007기 피격사건에 대한 법률적 시비를 일단락지었다는 명목상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미소 두 강대국의 협조가 거의 전무했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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