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성장축소만 살길/이대론 물가·수지 더 악화/추정치 암울… 뒤늦게 수정작업나서 발표 늦어져『정치권요구에 순응이냐 경제안정의지의 관철이냐』
내년 경제가 예상밖으로 급격히 악화될 전망이 우세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새해 경제운용계획 수립방향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정부는 당초 늦어도 11월말까지 내년 운용계획을 확정키로 공언했다가 성장률·물가·국제수지 등 주요 총량지표가 두드러지게 나쁜 형태로 추정되자 내부적으로 거의 윤곽이 잡힌 계획시안을 뒤늦게 수정하는 작업에 몰두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경제계는 가뜩이나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여건속에서 당국의 운용방침마저 발표가 지연되면서 투자·자금조달·생산·판매 등 전반적인 내년 경영계획수립에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3일 경제기획원·재무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내년중 주요 경제지표는 실질성장률이 올해보다 크게 낮아진 6%대,소비자물가는 연간 두자릿수 상승,국제수지는 1백억달러를 웃도는 세자릿수 적자로 각각 추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추정치는 내년중 우리경제가 90년이후 연 3년째 9% 이상의 고물가,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세자릿수 국제수지적자를 기록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내년중 4대 선거 등 정권교체기를 맞아 이처럼 악화된 국내 경제여건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에 이달초 주요 지표수정을 위한 계량분석작업을 재시도하도록 지시했다.
더구나 지난 10월9일 노태우대통령이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중 8%선 실질성장과 한자릿수 물가안정,올해보다 축소된 국제수지적자를 이루겠다』고 국민들에 약속,내년 경제 전망치를 액면그대로 발표하는데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실무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책당국은 현재 내년 경제운용계획을 ▲7% 성장 총통화(M2) 증가 15∼17% ▲8% 성장,총통화증가 16∼18% 등 2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책목표가 감안된 이같은 시나리오가 하나같이 두자리 고물가,세자리 국제수지적자로 각각 귀착될 전망이어서 실무당국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물가관리여건을 보면 최근 몇년간 전반적인 국제경기침체와 환율안정 덕택에 수입원자재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지속해왔다. 그런데 내년에는 선진국 경기회복과 원화환율 인상효과가 겹쳐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주요 공산품의 생산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원의 한 관계자는 『내년중 공산품가격마저 상승,도매물가를 부추길 경우 선거 인플레요인과 함께 구조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소비자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임금인상 기술개발지연 국내불가불안 등에 따라 단기간내 수출회복이 이뤄지기 어려운데다 민간 및 정부소비가 내년에도 각각 9%대의 꾸준한 증가세를 지속,수입도 급격한 감소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경제팀 개편을 내세워 새 내각이 내년 운용계획을 확정발표해야 한다며 관계부처 협의조차 꺼리는 이유도 이같은 내부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일각에서는 『내년중 5% 내외로 성장률을 낮추고 5% 수준까지 실업률을 높여야 임금·물가안정,국제수지적자 축소 등 국가총체적 경쟁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라면서 『정치논리를 일체 배제한채 대대적인 경제안정화 시책에 착수,근로자·기업·정부가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는 길 외에 대안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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