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맹」 14세 이하 어린이/전체사고의 20% 넘어/작년 5만여건 천5백명 숨져/대부분 집·학교주변서 발생어린이는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이다. 이 빨간 신호등은 위험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며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데도 많은 운전자들이 움직이는 신호등에 둔감하며 「우선멈춤」을 하지않는다.
그래서 14세 이하 어린이의 교통사고는 매년 전체사고의 20% 이상이나 된다. 25만5천3백3건의 사고가 난 지난해의 경우 14세 이하 사망은 1만2천3백25명중 1천5백37명으로 12.5%,부상은 32만4천2백29명중 5만8백7명으로 15.7%였다. 10만명당 사망자는 14세 이하가 13.9명,7세 이하만 따지면 19.1명이나 된다.
특히 전체 사망자중 보행중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6천3백16명의 17.3%인 1천90명이 14세 이하였다.
미국 프랑스 독일의 보행중 사망자는 각각 전체의 14,15,21%에 불과한데 비해 우리는 무려 52.3%나 된다. 위기를 인지하고 이에 대처하는 능력이 약한 어린이들의 사망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14세 이하 어린이들은 주로 가장 안전해야할 집과 학교 주변에서 사고를 당한다. 집에서 반경 1㎞ 이내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가 전체 어린이 사망사고의 40%가량이며 시간대별로는 이들 사망사고의 50%가 등·하교시간에 일어나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등·하교길과 주택가 주변을 대상으로 자동차 속도제한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5차선 이상의 일반간선도로 도시고속도로 고속도로에만 속도제한규정을 두고 있을 뿐 주택가·학교주변 도로에 대해서는 별도규정없이 시속 60㎞ 이하인 4차선 이하의 도로에 준하고 있다.
일본 영국은 일반주택가에 「생활지역」을 설정,이 지역에서는 시속 30㎞ 이상 달리지 못하게 하고 학교주변의 스쿨 존에서 시속 30㎞를 넘으면 처벌하고 있다.
국민학생들이 많이다니는 길은 「통학로」로 지정,노면에 30㎞,20㎞ 등의 제한속도를 표시하고 어린이들이 많이 다니는 이면도로에도 2∼3m 간격으로 콘크리트 말뚝을 설치,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체계적 교통안전교육도 어린이 사고를 줄이는데 꼭 필요하다. 일본은 73년에 중앙교통안전대책회의가 유아교통안전 교본을 제정,유아사고 대책을 총괄하고 있다. 또 유치원에서 고교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중점 지도내용을 설정해 「교통안전=생활안정」이라는 의식을 어려서부터 심어주고 있다.
민간단체로는 71년 결성된 유아교통안전클럽이 3백여만명의 유아·어머니회원을,66년 결성된 교통소년단이 90여만명의 국·중교생 회원을,70년 결성된 교통안전어머니회가 6백50여만명의 어머니 회원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 각 단체는 기관지 발행,지도자 육성,안전계몽순회단 운영,지역교통정리 등 체계적 교통안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치원은 물론 국민학교에도 안전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배정이 돼있지 않다.
학교마다 교육청 지시로 교통안전교육 담당교사가 지정되기는 하지만 아무나 맡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지침이 없으니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모르고,예산이 없으니 학년별로 적합한 교재개발도 할 수 없다.
학교에 앞서 어린이 사고의 1차적 책임을 져야할 부모들도 「교통법규 안지키기」만 앞장서서 보여줄뿐 가장 가까운 안전교육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단체인 녹색어머니회와 모범운전자회가 나름대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없이 교통정리수준의 활동을 하고있을뿐 어린이 사고를 체계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청소년 교통경찰대는 이름만 남아있다.
도로교통안전협회 이순철 연구위원(40)은 『어린이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안전교육전담기구 마련과 교재개발,지도자육성이 시급하다』며 『근본적으로는 어린이들이 마음을 놓고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 안전연구실장(36)은 『안전교육을 체계화하고 사고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고피해자인 우리의 어린이들은 교통문맹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자라나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된다면 그것은 우리모두의 책임이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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