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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고향에 못오리”/개발에 밀린 「안골」의 비애(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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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고향에 못오리”/개발에 밀린 「안골」의 비애(등대)

입력
1991.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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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량구 신내동에 사는 농부 오창준씨(53)는 요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마다 마을 뒷산에 오른다. 이곳에 있는 부모·조부모등 조상묘들을 손질하기 위해서이다.매일 잡초를 뽑아도 자꾸 초라해져 보이는 산소 앞에 무릎을 꿇고 고향마저 잃고 돌아가신 뒤에도 편히 모시지 못하는 불효를 용서해주시라고 빈다.

오씨는 앞으로 3개월안에 이사도 하고 산소들도 이장해야한다. 신내동지역 30만5천여평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곧 거대아파트단지 조성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실 오씨가 살고있는 신내동 642일대는 행정 구역으로만 서울일 뿐이다.

마을뒷산 봉화산 기슭까지 그 유명한 「먹골배」밭이 펼쳐져있고 곳곳에 논밭이 펼쳐져있다.

그 흔한 2청집도 없고 슈퍼마켓을 가려해도 마을버스로 20분이나 가야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서울 신내동 주민이 아니라 그냥「안골마을」사람들이다. 결혼·회갑·제사등은 지금도 집안일이 아니라 마을일이다.

안골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오씨일가는 이곳에서 5대째 살아왔다. 먹골배 농사는 1백50년째 내려오는 가업이다. 오씨도 부친으로부터 받은 4백그루를 키우고 있는데 워낙 물많고 맛이 좋아 연간 1천만원 수입은 거뜬했다.

한때 오씨도 해외취업 바람이 들어 기계설비 기술을 배운뒤 70년대 중반부터 5차례나 중동취업을 나갔으나 결국 고향의 흙으로 돌아왔다.

안골마을 사람들은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와 2년동안 보상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합의보상」이 원칙이고 실패하면 이의신청,행정소송 등의 제도적 절차가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오씨등은 끝내 아파트입주 가격에 턱없이 모자라는 보상금에다 약간의 프리미엄만을 받아쥐고 고향을 쫓겨날 수 밖에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새벽 산소손질이 끝나면 오씨는 더이상 할일이 없다. 예년같으면 월동용 거름준비 등으로 눈코뜰새없이 바쁠때지만 내년부터는 더이상 농사지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고향도 잃고 도시생활에도 적응치 못한채 서울변두리를 무주택자로 떠돌 자신과 식솔들의 앞날을 생각하며 한숨을 지을뿐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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