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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 생색에 그친 「초팽창 예산」/국회통과…경제에 미칠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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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 생색에 그친 「초팽창 예산」/국회통과…경제에 미칠 파장은

입력
1991.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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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부담 경감외면 “여야 담합”/재정인플레·자금압박등 우려국회는 2일 총 33조2천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을 확정,통과시켰다.

새해 예산은 예년과 달리 법정기일(2일)내에 처리된데다 당초 33조5천50억원으로 짜여진 정부안이 3천억원 이상 삭감된 모습이다.

여야가 법이 정한 기한내에서 국민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산관계자들은 『13대 국회에서 올해처럼 예산통과가 수월했던 적이 없었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일단 거여체제로 재편된 정치구도상 당정간 심도있게 사전 협의해 만든 예산안이니 자연스럽게 처리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지난 82년 이후 최대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새해 예산안이 별다른 파행이나 우여곡절없이 쉽사리 처리돼 다행이라는 안도도 함축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은 무엇보다 그 규모의 증가폭에서 올 일반회계대비 무려 23% 이상 늘어나 82년 이후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확대 팽창된 형태로 확정됐다.

정치권에선 당초 정부안대로라면 24.2% 증가할 것을 3천억원 이상 깎아냈으니 국회의 노력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둔 여야가 「동상이몽」 식으로 예산확대를 단합 방조하고는 국민들에게 삭감했다는 생색내기에 그친 인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3천억원을 깎아냈다고는 하지만 결국 전년보다 23%가 늘어 82년의 22% 증가를 웃돌기는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내년 경제여건은 현재로선 두자릿수 고물가와 세자릿수 국제수지적자에다 상당한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수출부진이 계속되면 민간기업 입장에선 심각한 자금압박에 시달릴 것은 볼보듯 뻔한 이치다.

이런 판에 국가예산은 재정기능 현실화라는 명분아래 대대적으로 확대편성됐다. 당연히 민간부문에 흐를 자금가운데 상당부분을 재정이 잠식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자제 본격실시를 맞아 각 자치단체 역시 대대적인 예산 팽창을 시도하는 추세다. 예산규모가 중앙정부의 20% 수준에 육박하는 서울시의 경우 사상 최초로 적자재정을 편성했고 대부분 시도가 전년비 30∼40% 증액을 예사로 여기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동시에 유례없는 팽창예산짜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으니 민간자금 압박과 재정인플레 우려는 그만큼 더 커지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중앙 및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예산기능을 정상화한 결과 내년중 총재정수지는 대규모의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정부예산 외에도 각종 기금이나 국영기업예산을 포함하면 전체 공공부문의 재정 수지적자는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수익자부담원칙을 내세워 각종 부담금이나 사용료 등을 내년중 대폭 현실화할 방침이어서 국민 입장에선 세금 등 추가부담이 상상외로 커질 공산이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예산심의에 접근하는 철학이나 자세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세입 원천이 되는 각종 세금징수목표는 적당한지,특정계층에 너무 무리한 부담을 강요한 것이 아닌지 등을 세밀히 살펴보기는커녕 다짜고짜 몇천억원 몇조원을 당리당략 차원에서 깎자고 덤벼드는게 우리 정치권의 현실이라는 것.

또 지자제 실시로 지방정부의 기구나 기능이 커지면서 예산도 대폭 늘어나는데 그에 상응해 중앙정부기능을 재조정해 보려는 시도가 있었느냐고 반문한다.

지방예산이 늘어나면 당연히 지방재정교부율이나 국고보조비율 등을 재검토해야 마땅한데도 이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노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민 입장에선 중앙정부에 내는 세금이든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할 부담금이든간에 부담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회는 이번 심의과정서 오직 중앙재정시각에서만 「삭감」 운운 생색을 냈을뿐 지방재정을 통틀어 국민부담을 조금이라고 덜어보려는 국회 본연기능은 외면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가 올들어 건설경기 진정,과소비 억제,통화긴축운용 등 일련의 경제안정 시책을 펼쳐왔으나 예산만큼은 대대적으로 확대시켜 또다른 형태의 「내몫찾기」를 시도한 결과인데도 국회는 이를 못본척 넘겨준 꼴이 돼버렸다.

전문가들은 『4대 선거가 예정된 내년도의 예산이 팽창에 따른 경제 후유증 등을 고려,적정수준으로 편성되리라는 기대자체가 애당초 무리한 것이었다』면서 『이제 기업도산·실업사태·고물가 등 경제여건 악화가 현실로 닥친 이후에나 「감액」 추경예산편성의 필요성이 제기될 전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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