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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전산화… 국학 “신기원”/서울대 허성도교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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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전산화… 국학 “신기원”/서울대 허성도교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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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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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백72년 기록 8백88책 28만자/완료되면 5분내 필요기록 열람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백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8백88책 분량의 조선왕조 실록이 국학을 연구하는 교수에 의해 컴퓨터에 입력돼 데이터뱅크로 만들어진다.

서울대 중문과 허성도교수(43)는 89년부터 6천만자에 이르는 조선왕조 실록을 비롯한 조선시대 이전의 모든 사료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추진,최근 28만여자 분량의 태종·정종실록을 1백% 전산화하는 작업을 끝마쳤다.

1초에 한 글자씩 하루 4시간을 본다면 전문을 통독하는데 11.4년이 걸릴만큼 방대한 조선왕조 실록이 모두 전산화될 경우 컴퓨터 키보드만 누르면 5분내 관련기록의 섭렵이 가능하게 된다.

국학연구의 신기원이 될 이 작업을 실질적으로 맡아 한 사람은 허교수와 충남대 중문과 출신 여성연구원 2명뿐. 가칭 「한국사 사료연구소(한사연)라는 5평남짓한 작업실에서 퍼스널컴퓨터 2대만으로 매일 10여시간씩 3년째 입력·교정을 해왔다.

그러나 이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까지는 6년여동안 국학에 관심있는 교수,주부,학생 등 5백여명의 아낌없는 후원과 격려의 손길이 있었다.

허교수가 처음 작업을 계획한 것은 서울대 중문과 졸업후 대만 유학시절. 다양한 동양사 사료를 접하면서 밝혀지지 않은 우리역사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절감한 허교수는 각 분야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자해독 능력이 없는 다른 분야 전문가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료의 번역·전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80년 충남대 중문과 교수로 부임한 허교수는 83년부터 틈만 나면 전국 각지의 친구,친지,군대동기까지 찾아다니며 도움을 부탁하고 사재를 보태 연구기금 마련에 나섰다.

85년 서울대 중문과교수로 부임한 허교수는 89년 4월부터 실록입력의 기초작업으로 컴퓨터에 사용가능한 한자를 현행 4천5백85자에서 1만5천9백14자로 늘리는 소프트웨어 한자부호계 및 서체(font) 개발작업에 들어갔다.

충남대 시절의 제자인 여학생 2명도 돕기위해 상경했고 한국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 연구센터가 기술작업을 맡았다.

1만5천9백14자 한자부호계는 국학 및 중국학을 비롯한 동양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수요에도 부응할 수 있도록 태조실록,정종실록,삼국유사 색인,삼국사기 색인,규장각 고서목록,논어 등 중국 13경에 나오는 한자,일간신문 사용 한자,미국 각 대학도서관에서 동양학 관계서적을 입력하기 위해 만든 한자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허교수는 『우리민족을 상징하는「백의」의 기원을 알기위해 조선왕조 실록을 전부 뒤져 조선 중기까지는 양반만 흰옷을 입고 중인이하는 청남색,흑색옷을 입다가 중인·상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차츰 전민족이 백의를 입게 됐다는 사실을 찾아 내기까지 꼬박 석달이 걸렸다』며 『그러나 전산화작업이 완성되면 「백의」라는 코드만 누르면 5분내 기원을 알게된다』고 효용성을 설명했다.

허교수는 조선왕조 실록 입력이 끝나는대로 고려사 등 각종 사료뿐아니라 민중 개개인의 산 역사와 삶의 지혜를 밝혀줄 족보,서신 등까지 모두 전산화할 꿈을 갖고 있다.

허교수는 『현재의 인력과 장비로는 최소 1백50년이 걸릴 방대한 작업이지만 후원자들이 날로 증가해 빠르면 30∼40년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낙관했다.<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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