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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무역의 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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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무역의 날(사설)

입력
1991.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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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까지만해도 축제분위기속에서 치러졌던 무역의 날 행사가 올해에는 조용하다못해 우울한 분위기속에서 치러졌다. 올해로 스물여덟번째가 되는 무역의 날이 무역적자 1백억달러를 넘긴 기념의 날로 바뀌었으니 모두들 우울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우리나라의 무역적자가 지난 25일 현재 1백19억달러에 이르고 있는데 이웃나라 일본은 10월말까지 6백1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으며 대만은 1백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부진하고 수입은 계속 급증하고 있지만 무역적자를 줄일 방도가 막연한데다가 내년에는 적자폭이 더욱 커지리라는 전망이어서 우리의 우울증은 더욱 가중된다.

한때 수출한국의 신화를 창출했던 우리경제가 87년의 36.2%,88년의 28.4% 증가를 고비로 89년부터 내리막길을 내닫고있는 반면 수입증가 속도는 계속 빠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년에 13.6%였던 증가율이 올해는 족히 17%를 넘어서리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국민총생산 추계에서도 밝혀진 사실이지만 수출부진에 따른 제조업의 침체가 두드러진데다가 무역적자의 원인이 일과성이 아닌 구조적 결함에 의한 것이라서 조속한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질에 있어서는 선진국을 따르지 못하고 가격에 있어서는 후발개도국을 따르지 못함으로써 우리의 국제경쟁력은 갈수록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수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수입을 증대시켜야하는 단순가공형 산업구조가 이제 한계를 드러낸 셈이며,엎친데 덮친격으로 물가상승에다 과소비 경향이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더하기를 고금리와 자금난이다.

이른바 3고4난이 요즘 우리나라 수출이 당면하고 있는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고임금,고금리,고환율에다가 인력난,자금난,수송난,기술난이 그것이다. 상공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89년 생산성 증가율은 11.7%인데 비해 임금은 1.5배가 넘는 25.1%의 상승을 보이면서 단위노동비용이 17.1%나 올랐다. 같은 해에 일본의 단위생산비용이 0.6% 하락하고 대만은 3.7% 오르는데 그쳤다. 어째서 우리의 무역적자폭이 늘고 그들의 무역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지 알만하다.

또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으로 수출업체의 물류비용이 갈수록 늘고있는 것도 수출부진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가운데 수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87년의 1.45%에서 작년에는 2.26%로 배가까이나 늘었으며 올해는 다시 그보다 더 대폭으로 늘 전망이라고 하니 수출의 어려움을 짐작하고 남는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

서비스부문에의 인력유출을 막고,근로자의 근로의욕을 제고시키고,돈의 흐름을 바로잡아줌으로써 자금난을 완화하고,사회간접자본과 기술개발에의 투자를 늘리고,과소비의 억제로 저축성향을 높이고,중소기업 진흥책을 통해 낙후된 부품·소재산업을 진작시키는 정책을 균형있게 밀고 나가야만 우리의 수출은 다시 소생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아직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저력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무역의 날을 계기로 정부·기업·국민 등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극복에 대한 각오와 자세를 새롭게 다져야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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